등판한 ‘공직 끝판왕’ 정세균, 지지율 마의 5%를 넘어라

입력 2021-04-20 00:03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사임 전인 지난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상황점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정 전 총리는 5월 2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마무리된 후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1년3개월간 국무총리직을 수행하고 사퇴한 정세균 전 총리가 여권의 대권 경쟁에 본격 등판한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독주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다양한 국정운영 경험과 탄탄한 조직을 가진 정 전 총리가 향후 여권의 대권 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정 전 총리는 18일 사임 후 첫 공식일정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 일산 사저를 방문한 데 이어 19일엔 국립4·19민주묘지를 참배했다. 금명간 김해 봉하마을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도 찾을 예정이다.

정 전 총리는 5월 2일 민주당 전당대회 이후 본격적인 정치 행보에 나선다. 정 전 총리 측 관계자는 “전당대회 이후 주요 현안에 대해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전당대회 이후 대선 출마를 본격 선언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여당의 대선 후보가 오는 9월 확정되는 것을 고려하면 당내 조직력 확보는 당내 경선에서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현재 당내에서는 안규백 이원욱 김영주 김교흥 의원 등 SK계 의원이 다수 포진해있다. 원외에서는 ‘원조 SK계’인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정 전 총리를 돕고 있다. 총리실 진용을 갖추며 영입한 김성수 전 총리실 비서실장과 권오중 전 총리실 민정실장, 정기남 전 총리실 정무실장 등도 캠프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 현직의원 20명이 참여하는 ‘우정(友丁) 특공대’라는 정 전 총리 팬클럽과 정세균계 의원 모임인 ‘광화문포럼’도 활발히 활동중이다.

문제는 낮은 지지율이다. 정 전 총리는 현재 ‘지지율 5%’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제3후보론이 탄력을 얻기 위해선 최소한 5%라는 지지율을 넘어야 하는 것이 정 전 총리의 과제다. SK계의 한 의원은 “결국은 메시지를 통한 어젠다 선점이 향후 지지율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정치인 정세균을 국민 앞에 보여드리고, 경륜 있는 리더십으로 다른 후보들과 차별화하면 국민도 반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총리의 정책 공약 또한 향후 지지율을 결정할 중요 변수로 꼽힌다. 입법부와 행정부를 두루 경험한 정 전 총리가 어떤 정책을 내놓느냐에 따라 향후 대선 주자 간 정책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이 지사는 ‘기본소득’으로 상징되는 ‘기본시리즈’를 자신의 브랜드로 만들었고, 이 전 대표는 ‘신복지구상’ 등을 내세운 상태다. 정 전 총리는 이우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를 중심으로 정책 공약을 다듬고 있다. 정 전 총리 측 인사는 “캠프에서 청년실업 문제를 중심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공급하는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당내 기반 확장도 과제다. 이재명 경기 지사는 수도권과 일부 친노·친문 진영 인사를 흡수하며 인적 기반 확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고, 이낙연 전 대표도 윤영찬 박광온 의원 등 친문 핵심 인사들을 중심으로 캠프의 진용을 갖추고 있다. 정 전 총리 입장에서는 아직 캠프에 합류하지 못한 의원들을 최대한 빨리 포섭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81명에 달하는 민주당 초선의원들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여권 관계자는 “대선 후보 결정이 5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정 전 총리가 당내 우군을 얼마나 더 확보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며 “예상보다 등판이 늦어진 정 전 총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이재명과 이낙연을 선택하지 않은 의원들을 최대한 빨리 포섭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