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일본엔 위점타원 전술… 미국엔 투이불파”

입력 2021-04-20 04:05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6일 베이징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기후 변화 대책을 의제로 한 화상 정상회담에 참석한 모습. 신화연합뉴스

중국이 대만 문제에서 연합 전선을 구축한 미국과 일본을 향해 서로 다른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흔들며 의기투합한 두 나라 중 일본을 먼저 공격해 제압한 뒤 미국과 맞서는 전략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홍콩 명보는 19일 “일본이 미국의 보호 역할을 과대평가했든 중국의 주권 방어 의지를 과소평가했든 한 가지 예측하지 못한 것이 있다”며 “중국이 ‘위점타원(圍點打援)’ 전술을 취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위점타원이란 적이 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지점을 포위한 뒤 지원 병력을 치는 것이다. 중국이 대만 문제를 놓고 미국과 전면전을 벌이기 전 일본을 먼저 공략해 미국의 힘을 뺀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명보는 이어 “중국은 당분간 미국과 ‘투이불파(鬪而不破·싸우되 판을 깨지 않는다’ 전략을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중은 무역과 인권 문제 등을 놓고 갈등을 빚으면서도 협력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존 케리 미 대통령 기후특사가 지난주 중국을 방문한 뒤 양국이 기후위기 대응에 관한 공동성명을 낸 일이 대표적이다.

중국은 1972년 일본과 국교를 정상화하면서 전쟁 배상금을 요구하지 않는 대신 대만 통치권 인정을 요구했고 일본은 이를 인정했다. 그간 중·일 사이에 크고 작은 충돌이 있어도 대만 문제가 전면에 등장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지난 16일 미·일 정상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대만 문제를 직접 언급했다. 성명에는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양안(중국과 대만)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한다”는 선언적 내용이 담겼다.

중국은 다른 나라 정상이 대만의 안정을 언급한 사실 자체가 내정 간섭이자 하나의 중국 원칙을 깨는 도전이라고 여긴다. 또 대만 독립을 추구하는 분리주의 세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중국에 대만은 타협이나 양보의 여지가 없는 사안이다. 중국 관영 매체가 미·일 공동성명 발표 직후 일본을 향해 “다른 문제는 외교적 수완을 부릴 수 있지만 대만 문제에 개입하는 것은 제 무덤을 파는 일”이라고 경고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일각에선 중국이 호주에 그랬던 것처럼 일본에도 보복 조치를 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호주는 지난해 코로나19 기원 국제 조사를 요구하고 미국 주도 안보 협의체인 쿼드(Quad)에 적극 동참하면서 중국과 각을 세웠다. 중국은 쿼드 참여국인 일본, 호주, 인도 가운데 주로 호주를 타깃 삼아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일본 내에서도 중국의 보복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일본이 중국과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영유권을 놓고 갈등하는 상황에서 미국 지원이 필수적이지만 중국 문제에 있어 미국과 완전히 같은 위치에 서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