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적 준사법기구인 언론중재위원회를 행정부 아래에 두자는 언론개혁법이 국회 상임위원회에 19일 상정됐다. 중재위에 언론 보도 시정명령권까지 부여하는 등 언론사를 강력히 압박하는 조항들이 다수 포함됐다. 주무 부처 장관인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곤란하다”며 난색을 보였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이날 전체 회의를 열고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상정했다. 개정안은 현행 언론중재위의 명칭을 ‘언론위원회’로 바꾸고 문체부 소속으로 두도록 규정했다. 현행 언론중재위는 문체부 유관기관으로 분류되지만, 실질적으로 독립 기관이다.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운영 재원으로 사용하고, 문체부로부터 행정감사를 받지 않는다. 위원장 또한 위원들이 호선으로 선출한다.
하지만 개정안은 별도의 재원 규정을 삭제하고 문체부 장관이 위원장을 임명하도록 했다. 정부 편입과 동시에 권한도 대폭 확대했다. 보도를 둘러싼 분쟁 발생 시 언론사에 시정명령 내지 2000만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시정요구(권고)만 할 수 있는 현재와 달리 권한이 강화된 것이다.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일고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역시 개정안에 포함됐다. 언론사가 비방을 목적으로 거짓 또는 왜곡된 사실을 보도한 것으로 법원이 판단하면 언론사는 피해자에게 천문학적인 배상액을 물어야 한다. 언론사 1일 평균 매출액에 언론보도 노출 일수를 곱한 금액을 최소 배상액으로 규정했다.
정정보도 시에는 기사 크기와 편집방식까지 규제한다. 최 의원은 법안을 설명하며 “잘못된 보도를 응징할 수 있도록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원안대로 의결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황 장관은 “언중위를 문체부 산하 정부 기관으로 수용하기는 곤란하다”고 밝혔다. 그는 “문체부는 언론의 자유를 우선 원칙으로 두고 있다”며 “언중위는 사법적으로 독립성이 요구되는 기관”이라고 했다.
야당은 언론의 자유 침해 소지가 크다며 우려했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일반 국민뿐 아니라 언론의 자유를 보호하는 것 역시 언론중재위의 역할”이라고 했고, 같은 당 이달곤 의원은 “언론의 자유라는 민주주의 가장 큰 핵심을 건드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열린우리당 비례대표직을 승계받은 김의겸 의원은 이날 문체위에 보임돼 의정활동을 개시했다. 그는 본회의에서 의원선서 뒤 “2년 전 있었던 제집 문제와 관련해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김 의원은 청와대 대변인 시절인 2019년 서울 흑석동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대변인에서 물러났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