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오전 김포공항에서 광주로 가는 비행기를 타려던 강모(30·여)씨는 탑승장에서부터 굽이굽이 길게 이어진 줄을 보고 크게 당황했다. 줄서기에 동참하면 제시간에 비행기를 타지 못할 같다고 판단한 그는 바이오정보 사전등록 부스로 향했으나 여기서도 30분 이상 줄을 서 기다렸다. 강씨는 “사전등록을 하면서도 비행기를 놓칠까 발을 동동 굴렀다”며 “코로나19 전에도 이런 광경은 못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김포공항 국내선 탑승장이 큰 혼잡을 겪고 있다. 지난달에 비해 지연되는 항공편이 늘었고, ‘보안검색’을 이유로 출발이 늦어진 항공편이 한 건도 없었던 지난달에 비해 이번 달에는 19일 오후 4시 기준 34건이 집계됐다. 김포공항 항공사운영위원회(AOC)는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을 이달 초 시작된 보안검색 강화로 지목했으나 이달 들어 여객수가 코로나19 전보다 늘어난 영향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항공정보포탈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9일 오후 4시까지 김포공항에서 출발이 지연된 항공편(취소, 회항 등 제외)은 모두 501건이었다. 반면 지난 3월 한달간 지연된 항공편은 총 413건으로, 이날 기준으로 이미 지난달 지연 건수를 뛰어넘었다. 그런데다 이달 전체 지연 항공편 중 약 6.8%가 보안검색 때문에 지연되자 AOC는 지난 16일 한국공항공사에 “김포공항의 국내선 출발장 혼잡도를 개선해달라”는 요청 공문을 보냈다.
AOC는 김포공항에서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 건 국토교통부에서 이달 초부터 승객 신분확인을 강화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최근 국내공항에서 타인의 신분증으로 항공기에 탑승하려다 적발된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자 김포와 김해, 제주 등 전국 14개 공항에 승객 신분확인 강화를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총 탑승객의 30%에 해당하는 인원에게 인터뷰 절차를 진행하다보니 보안검색에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지고, 공항 혼잡으로 이어졌다는 게 AOC 주장이다. 게다가 주말 기준 공항 출발장이 가장 혼잡한 시간대인 오전 7~9시를 기준으로 봤을 때 8300명의 승객이 출발장을 통과하지만, 신원을 확인하는 인원이 8명에 불과하다는 점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공사의 설명은 조금 달랐다. 지난 1일 보안검색을 강화했었으나 검색대 통과 시간이 길어지면서 항공사와 승객들의 항의가 이어져 하루만에 철회했다는 것이다. 또 총 탑승객의 30%를 대상으로 보안검색을 진행하는 건 강화된 절차가 아닌 이전부터 해왔던 것이란 설명을 덧붙였다.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최근 공항 혼잡도가 높아진 데는 보안검색 영향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그건 절차가 강화돼서가 아니라 최근 코로나19 전보다 여행객이 늘어난 영향이 더 크다”고 밝혔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 1~18일 기준 김포공항 출발 여객수는 60만5887명으로, 코로나19 전인 2019년 동기간(52만1371명)에 비해 8만4516명(+16.2%)이 증가했다. 코로나19 전보다 승객이 늘어난 탓에 보안검색에 소요되는 시간이 더 길어지고 항공기 지연도 같이 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설 명절로 여객이 늘었던 지난 2월에도 보안검색을 이유로 지연된 항공편이 총 23건 있었다. 특히 설 연휴가 시작됐던 2월 11일 하루에만 보안검색으로 인한 지연이 18건 발생했다.
공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기적으로는 신원확인 인원을 늘리는 한편, 바이오정보 인증 게이트를 연말까지 더 증설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3월 말 기준으로 117만8500여명이 바이오인증을 등록해 전체 공항 이용객의 21%가 사용하고 있다”며 “앞으로 바이오인증에 대한 홍보를 더 강화해 보안검색에 걸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