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출렁에 중국산 지붕킥… ‘용광로’ 한국 코인시장

입력 2021-04-20 00:04
암호화폐 비트코인 가격이 수시로 요동을 치고 있다. 18일 오후 7092만원선까지 급락한 비트코인은 하루 만인 19일 낮 7600만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날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 라운지 전광판에 비트코인 거래 가격이 소개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암호화폐 시장에서 미·중이 격돌하고 있다. 미국 통화 당국의 경고로 비트코인 시세가 출렁이는 가운데 중국산 암호화폐가 급등세를 보이며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19일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중국 암호화폐인 네오는 지난 11일 8만4010원에서 18일 16만4700원으로 올라 1주일 새 96% 상승률을 기록했다. 시가총액만 7조5000억원이다. 네오는 중국에서 최초로 만든 암호화폐로, 비트코인과 더불어 대표적 암호화폐인 이더리움을 겨냥하며 만든 탓에 중국판 이더리움으로 불린다. 설립자 다 홍페이는 중국 상하이에 법인을 둔 회사 온체인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네오의 형제 암호화폐인 가스 역시 같은 기간 1만8530원에서 2만6880원으로 45% 상승했다.

또 다른 중국산 암호화폐인 비체인도 가파른 급등세를 기록했다. 중국인 써니 루가 만든 이 암호화폐는 명품 모조품 식별 등 블록체인 기술을 물류망에 접목시켜 유통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사용된다. 비체인은 같은 기간 183원에서 345원으로 89%나 올랐다. 이 외에도 퀀텀(27%), 온톨로지(24%) 등 중국산 코인이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중국산 코인의 강세는 최근 한·미 통화 당국의 경고로 국내외 거래소에서 비트코인 시세가 출렁이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우선 지난주 코인 소식을 주로 다루는 중국인 트위터 사용자 사이에서 중국 통화 당국이 암호화폐를 디지털 자산으로 인정하기로 했다는 루머가 전해지면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또 자국산을 선호하는 중국인들의 특성이 반영됐다는 해석도 있다.

미국산 암호화폐 중 최근 가장 독보적으로 각광받는 것은 도지코인이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통해 언급하면서 1주일 새 98.2원에서 434원으로 342%나 폭등했다. 시가총액이 무려 41조원으로, 국내 주식시장으로 보면 기아차(35조원)를 넘어서는 10위 수준이다.

도지코인은 2013년 미국의 프로그래머들이 비트코인 현상을 풍자하기 위해 장난처럼 만든 암호화폐다. 일본 견종인 시바견을 마스코트로 사용하며, 별다른 기능이 있지도 않다. 그러나 머스크 대표의 인수설 같은 루머들이 번지면서 신고가 행진을 벌이고 있다. 중국산 암호화폐와 도지코인은 ‘김치 프리미엄’도 14~20% 얹힌 상태다.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는 암호화폐와 별도로 지속해서 블록체인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는데, 중국의 암호화폐도 그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비트코인 급등락으로 주류 암호화폐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다른 암호화폐가 주목받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비트코인을 제외한 여타 가상화폐를 통합해 일컫는 알트코인의 시가총액은 올해 들어 5배 급증했다. 업비트의 알트코인지수(UBAI)는 16일 기준 8960.54로 지난해 12월 31일(1707.52)의 5.25배로 늘어났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