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성징병제, 정략적 접근이나 성 대결로 흘러선 안 된다

입력 2021-04-20 04:04
여성징병제 이슈가 또 불거졌다. ‘여성도 징병 대상에 포함시켜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등록 사흘 만에 5만명 넘는 동의를 받았다. 정치권에서도 박용진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논란에 가세하면서 해묵은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현재의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와 남녀평등복무제로 전환해 남녀 모두 40~100일간 기초군사훈련을 받게 하자는 게 박 의원 주장이다.

여성징병제는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가 개설된 2017년부터 단골 이슈였다. 지난해에도 11개의 관련 청원이 올라왔고, 올해도 3개의 관련 청원이 진행 중이다. 그만큼 병역문제는 청년층에게 매우 민감한 이슈라는 얘기다. 세계 최저 수준의 우리나라 출산율을 감안할 때 병역 자원 감소는 예견된 일이다. 남성만으로 부족한 병역 자원을 메울 수 없어 그동안 여성징병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여성에게도 병역의무를 부과하는 나라가 있다. 북한을 비롯해 이스라엘 노르웨이 스웨덴 볼리비아 차드 모잠비크 에리트레아 8개국이다. 특히 북한 여군의 의무복무기간은 국군 병사보다 훨씬 긴 7년에 이른다. 정부에서도 2007년 사회복무 형식의 여성 병역의무 이행 방안과 2009년 여성지원병 제도 도입을 검토한 적 있으나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안보와 직결된 병력 보충 문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렇다고 ‘여자는 왜 군대 안 가느냐’는 식의 성 대결적 접근법으로는 바람직한 해결책을 도출하기가 어렵다. 아무리 양성이 평등하다 해도 상이한 신체 구조를 무시할 수는 없다. 4·7 보궐선거에서 정부·여당에 등을 돌린 20대 남성의 환심을 사기 위한 정략이라면 더더욱 사회적 공감을 얻을 수 없다. 성별에 따라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는 민감한 사회 이슈라고 해서 논의 자체를 회피하는 것도 올바른 해법이 아니다. 이제 충분한 논의를 거쳐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토대는 마련됐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