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뚫어낸 부탄의 기적… 백신 접종률 세계 2위

입력 2021-04-20 00:02
부탄 보건당국 관계자들이 지난 3월 23일 헬리콥터를 이용해 부탄 오지 지역의 마을에 코로나19 백신을 수송하고 있다. 부탄 보건국 페이스북

히말라야 산맥에 걸쳐 있는 부탄 왕국은 세이셸 군도에 이어 백신 접종률이 2번째로 높은 국가다. 국민의 63%가 접종을 마쳤다. 접근이 어려운 지역엔 헬리콥터로 백신을 수송하고, 보건 당국자들이 히말라야 산맥의 눈길을 뚫고 마을을 돌며 백신을 배포한 노력이 성과를 거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18일(현지시간) 작은 나라인 부탄이 백신 접종률을 높일 수 있었던 배경엔 기획부터 시행까지 잘 짜여진 백신 캠페인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중국 서부와 국경을 접한 루나나는 부탄에서도 오지로 여겨지는 지역으로 고도 4800m에 위치해 차량 접근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루나나 주민 800명 중 절반이 넘는 464명은 이미 1차 접종을 마쳤다. 부탄 보건당국이 지난 달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헬리콥터로 실어보내고, 보건당국자들이 눈을 헤치며 산위의 마을을 돌아다니며 백신을 배포, 접종했기 때문이다.

보건당국 예방접종팀 소속 카르마 타시씨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낮에는 백신을 투여하고 밤엔 다른 마을로 이동했다”며 “밤마다 10~14시간씩 걸었다”고 말했다.

백신 접종을 우려하는 주민들은 끈질기게 설득했다고 한다. 타시씨는 “일부 마을 주민들은 바쁘다거나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접종을 기피했다”면서도 “백신의 효과에 대해 계속 설득해 주민들의 동의를 구했다”고 전했다.

루나나 지역 마을의 대표인 50대 페마씨는 “백신이 사망을 유발하지 않고 맞아도 안전하다는 걸 마을 사람들에게 입증하기 위해 첫번째로 접종했다”며 “이후 모든 마을 사람들이 접종했다”고 말했다.

현재 부탄은 전체 인구의 63%에 달하는 47만8000여명에게 백신 접종을 실시했다. 백신 선진국인 이스라엘(60%), 영국(49%) 등보다 앞선다. 1차 접종은 대부분 3월 말부터 일주일여 동안 약 1200개의 백신 접종센터에서 이뤄졌다. 부탄 보건당국은 1차 접종 시점 8~12주 후 2차 접종에 나설 계획이라 밝혔다.

윌 파크스 유니세프 부탄 대표는 “1차 예방접종은 접종 범위뿐만 아니라 방식에서도 성공적이었다. 기획부터 시행까지 총체적으로 실행됐다”며 “국가의 최고 지도자부터 오지 마을 주민들까지 참여했다”고 평가했다.

부탄 보건부 장관은 “인구 75만명이 조금 넘는 작은 나라답게 2주 백신 캠페인이 가능했다”며 “물류와 관련해 사소한 문제들이 없진 않았지만 모두 해결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도자의 리도십과 시민들의 연대, 백신에 대한 믿음, 그리고 가장 외진 지역까지도 의료서비스를 받게 해주는 의료시스템 덕분에 백신 캠페인이 성공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부탄은 백신 캠페인은 물론 방역 조치에 있어서도 성공적이었다. 지난 18일 기준 코로나19 확진자는 957명으로 1000명 미만이고 사망자는 단 1명뿐이었다. 코로나19 유행 이전에도 험난했던 국경선은 1년 동안 거의 예외 없이 통제됐고, 입국자는 21일간 의무적으로 격리된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