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한 유기동물 도움 필요 땐, SNS로 모금하세요

입력 2021-04-24 04:07
유기견 후암이를 보호하는 김율씨가 1~2주 간격으로 공개하는 후원금 사용 내역. 인스타그램

프리랜서 직장인 김율(31)씨는 지난해 10월 서울 강동구에 버려진 11살 코카스파니엘 유기견 후암이를 보호 중입니다. 노견에다 심장병까지 앓아 수백만원 치료비가 필요했지요. 절박했던 김씨는 개인 SNS 계정에 사연을 올리고 치료비 모금을 시작했습니다. 매주 SNS에 후암이의 근황과 모금, 지출 현황도 공개합니다. 지난 3월 기준 누적 모금액은 총 810여만원. 덕분에 동물병원비 570만원을 감당할 수 있었지요. 김씨는 “최대한 공개한 덕분인지 응원한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합니다.

후암이처럼 모금에 성공한 사례는 이례적입니다. 상당수는 깜깜이 운영이 걸림돌이 돼 중단되곤 합니다. 동물보호법에 따라 정부는 유기동물을 구조할 의무가 있습니다. 하지만 인력·예산 부족으로 제 역할을 못 하자 시민 구조자들이 직접 나서는 일이 잦습니다. 선의의 구조자들이 좋은 일을 하고도 모금 과정의 잡음으로 욕을 먹어선 안 되겠지요.

모금액에 따른 관공서 등록여부 분류 표. 1365기부포털 캡처

합법적이고 투명한 모금의 조건은 뭘까요. 행정안전부가 지난 2월 개통한 기부통합관리시스템(1365기부포털) 기준을 살펴보고 모금 단체의 조언을 들어봤습니다.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기부금품법)에 따르면 1000만원 이상 10억원 이하의 기부금을 모집하려면 관할 시청이나 도청에 등록해야 합니다. 10억원이 넘으면 행안부에 알려야 하고요. 이를 어기면 징역 3년 이하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등록한 뒤에는 관련 서류를 제출해야 합니다. 모금 및 사용내역 보고서를 작성하고 기부금 영수증을 후원자들에게 끊어줘야 하고요.

이 때문에 개인은 모금액이 1000만원을 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개인이 모금 계획 및 회계 내용을 보고서로 작성하기는 부담스럽다. 모금액이 1000만원을 넘을 것 같으면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합니다.

모금액이 1000만원을 넘지 않아도 투명한 운영은 필수입니다. 후원자들은 소중한 기부금의 사용처와 동물의 치료 근황 등을 알고 싶어합니다. 유기견 후암이 사례처럼 신뢰도 높은 모금은 더 많은 기부를 이끌어낼 수 있지요. 구조자 김씨는 “모금액과 사용내역이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으면 ‘내 돈이 제대로 사용되는 게 맞나’ 하는 우려를 산다”면서 “단체든 개인이든 이처럼 기본적인 게 미흡해 아쉽다”고 전했습니다.

투명하게 운영하려면 몇 가지 원칙을 지키는 게 좋습니다. 첫째, 구조한 동물의 식비 병원비 등 모든 지출은 정해진 카드로만 결제합니다. 여러 장의 카드를 쓰면 나중에 합산하는 게 복잡합니다. 둘째, 구입한 물품과 치료 장면, 영수증을 사진으로 촬영해두세요. 셋째, 동물의 치료 장면 및 근황을 SNS에 최소 주 1회 공개하는 게 좋습니다. 기꺼이 지갑을 연 ‘랜선 후원자’들이 가장 기다리는 건 유기·학대 현장에서 구조된 동물이 행복해하는 모습입니다.

이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