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봄꽃과 봄비

입력 2021-04-21 03:04

봄에 피는 꽃이 유독 아름다운 것은 잎을 잊은 채 꽃으로만 피기 때문입니다. 약속이나 한 것처럼, 시간을 더 기다리는 것이 불가능한 것처럼 꽃들이 피어납니다. 그야말로 꽃들의 아우성입니다. 꽃을 보고 멀미할 만큼 어질어질해지는 것을 ‘꽃 멀미’라 하는데 봄꽃들을 보면 꽃 멀미를 느끼게 됩니다.

꽃이 한창일 때면 아쉽게도 비가 옵니다. 봄비가 내리지요. 봄비가 내리고 나면 꽃잎들이 비에 젖은 채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꽃은 떨어져서도 꽃입니다. 비 때문에 일찍 떨어졌다고 울상을 짓거나 화를 내지 않습니다.

봄비에 젖어 떨어져 있는 봄꽃들을 바라보다 짧은 글 하나를 적은 적이 있습니다. “행여 꽃잎 떨굴까/내리는 봄비/조심스럽고//행여 미안해할까/떨어진 꽃잎/해맑게 웃고” 그런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간다면 우린 서로에게 얼마나 살가운 존재일까, 그런 우리로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비가 올 때면 피어난 봄꽃과 내리는 봄비를 유심히 바라보게 됩니다.

한희철 목사(정릉감리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