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이 10개월 만에 청와대에서 친정인 기재부로 복귀했다. 이 차관이 돌아온 지 한 달도 채 안 된 상황에서 기재부 내에서는 미묘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일 처리에 있어서 완벽을 추구하는 ‘워커홀릭’으로서 이 차관의 성향은 유명하다. 너무 꼼꼼한 성격 탓에 부하 직원들을 다소 지치게 한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내부에서 이 차관을 두고 ‘억 차관’이라는 별명이 생기기도 했는데, 이를 두고 한 공무원은 “후배들에게 ‘억’ 소리 나게 한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 차관은 일단 특정 사안과 관련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바로 담당 과장에게 직통해서 해결하는 스타일이라고 한다. 또 식사 시간이나 퇴근 후 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본인이 필요한 자료를 요청하기도 한다. 휴대전화에 이 차관의 전화번호가 뜨는 순간 긴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차관은 경제정책국장 시절에도 부하 직원들을 벌벌 떨게 만드는 상사였다. 한때 기재부 내부 익명 게시판에 회의 자료를 많이 만들라고 시킨다며 상사를 저격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었는데, 해당 상사가 다름 아닌 이 차관이라고 한다.
당시 사정을 아는 한 공무원은 “이 국장은 너무 세세한 부분까지 보고서나 자료 형태로 만들어서 올리라고 요구하는 성향이 있다. 당시 글도 불필요한 자료 작성을 없애주면 안 되겠느냐는 취지에서 작성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후배 공무원들의 박한 평가와는 별개로, 이 차관의 업무 능력만큼은 인정할 만큼 뛰어나다는 평가도 많다. 한번 맡은 업무는 무슨 일이 있어도 완벽을 기해 처리한다는 것이다.
한 간부급 공무원은 “부하 직원들 입장에서는 힘들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결국 업무 추진력도 있고 그만큼 성과도 있으니까 차관이라는 자리까지 올라간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