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쪽 체제에 수사력도 의문… 공수처, 제 역할 할 수 있나

입력 2021-04-19 04:04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현판을 내건 지 3개월 가까이 돼서야 검사 임용 절차를 마무리하고 본궤도에 올랐지만, 걱정이 앞선다. 거의 반쪽 체제로 출범하고 그나마 신규 임용 검사 면면도 제대로 된 수사를 할지 의문을 들게 할 정도다.

공수처는 지난 16일 신임 부장검사 2명과 평검사 11명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채용 인원이 당초 계획(23명)의 절반을 조금 넘는 인력(60%)에 그쳤다. 임명된 검사 가운데 검찰 출신은 4명에 불과하고, 비검찰 출신이 9명으로 법무연수원 교육을 조율하고 있어 당장 실전 투입에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우여곡절 끝에 최소한의 수사 준비를 마무리했지만, 당장 국민적 관심인 ‘1호 사건’ 수사 착수가 요원해 보인다.

여기에 검사들 대부분이 대형 로펌 출신이어서 이해충돌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수사팀을 이끌게 될 2명의 부장검사를 포함해 8명이 국내 로펌 소속이다. 장차관급은 물론 판검사 등 고위급 공무원들을 수사 대상으로 하는 공수처 특성상 피의자들이 수사 단계서부터 대형 로펌을 선임해 방어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대형 로펌 출신 검사들이 수사 선상에서 회피된다 하더라도 수사팀 내부 상황이나 민감한 수사 정보 등이 이들 로펌에 유출될 가능성도 있다. 공수처 검사들이 퇴임한 후 이른바 ‘공수처 전관’으로 몸값을 올려 대형 로펌에 재취업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런 부분과 관련해서 철저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공수처는 그동안 공소권을 둘러싼 검찰과의 신경전,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특혜 조사’ 등으로 논란에 휩싸이면서 진통을 겪었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고위공직자 비리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로 부패 없는 정의로운 나라를 구현하고 국민 신뢰를 받는 수사기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현재 공수처에 접수된 사건만 900건에 가깝다고 한다. 그만큼 국민이 공수처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공수처가 체제 구축도 제대로 못 하고, 1호 수사 착수도 차일피일 미룬다면 자칫 설립 명분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