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참 잘생겼네’ ‘인물이 아주 훤하네’ 하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키가 작은 것이 콤플렉스였다. 남들보다 더 멋있게 보이고 싶은 마음에 외모와 패션에 온 관심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종일 패션 잡지나 인터넷을 서핑하고 유명 패션 피플들의 스타일을 연구해 ‘꾸미지 않은 것 같은 아주 자연스러운 스타일’이라는 나만의 패션철학도 갖게 됐다. 주위에서 옷을 참 잘 입는다는 소리에 잠들기 전에는 다음 날 스타일을 생각하며 옷을 입어보았고, 친구들도 옷을 살 때는 꼭 내게 물었다. 조던 농구화가 한정판으로 판매된 적이 있었다. 꼭 갖고 싶은데 정품은 너무 비싸서 홍콩이나 중국의 짝퉁을 15만원 정도에 시리즈별로 8켤레를 사서 3~5㎝의 신발별 깔창을 까는 등 패션의 집념은 끝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마음교회 수련회에서 감동받은 아버지가 나와 같은 학교에 다니는 어느 형을 소개해 주었다. 형은 대뜸 “민호야. 하나님이 살아계시다는 것을 어떻게 믿을 수 있어”라고 했다. 목사님의 아들인 내게 첫 만남의 황당한 질문에 너무 어이없었다. 하나님은 당연히 살아계신다고 생각했지, 어떻게 살아계신 것을 믿었는지는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아 머리를 막 굴리다가 문득 목사님이셨던 외할아버지가 생각났다. “형, 외할아버지가 진짜 예수님 같은 삶을 사셨거든요. 소천하실 때 너무도 깨끗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장례를 치렀어요. 그 모습을 보니 하나님이 진짜 살아계시다는 것이 확실했어요.” 그런데 형은 “민호야, 그건 너의 할아버지 신앙이지 너의 신앙이 아니지 않냐.” 뒤통수를 크게 한방 맞으니 화가 났지만 내 실상이 정확히 보였다.
형은 제자들의 삶을 보여주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박힐 때 도망갔던 제자들이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후 목숨 바쳐 부활을 전하는 장면에서 내 믿음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여전히 외모 꾸미기와 패션의 삶은 계속됐다.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이 찝찝하고 삶에 공허함이 찾아왔다. ‘예수님이 부활하셔서 지금도 살아계시는데 왜 나는 제자들처럼 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그러다 ‘어찌하여 두려워하며, 어찌하여 마음에 의심이 일어나느냐 내 손과 발을 보고 나인줄 알라, 또 나를 만져보라 영은 살과 뼈가 없으되 너희 보는 바와 같이 나는 있느니라’는 말씀을 보는데 충격이었다. ‘아! 제자들이 예수님을 직접 만져보고 부활을 확인했구나.’ 자신이 직접 만져봐야만 믿겠다고 한 도마와 같은 내게도 예수님은 동일한 사랑과 인격을 보여주셨고, 마음이 너무 뜨거워졌다. 추상적이던 예수님의 부활이 내게 실제가 되는 순간이었다.
그동안 당신이 나랑 무슨 상관이냐고, 당신 때문에 내 인생이 자유롭지 못하다던 내 모습이 벌거벗긴 채 드러나 펑펑 울었다. 그리고 바로 예수님을 믿지 않고 내 멋대로 살아온 죄를 회개하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주인으로 영접했다. 예수님께서 사람으로 이 땅에 오셔서 십자가를 지고 사흘 만에 부활하시고 다시 오실 날을 기다리는 그 과정, 과정이 결국 우리를 향한 사랑, 오직 나를 향한 사랑이었다는 사실이 너무 감격스러웠다.
이 기쁜 소식을 하루빨리 전하고 싶어 신발과 옷을 미련 없이 중고로 팔아 돈을 마련해 친구들을 불러 밥을 사주며 예수님의 부활을 전했다. 앞으로도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고 하신 주님 말씀대로 한 손에는 복음을, 한 손에는 사랑을 들고 세상으로 전진할 것이다.
김민호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