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14일(현지시간) 나스닥 증권시장에 상장하면서 비트코인 시세가 또다시 신고가를 갱신했다. 이로 인해 국내외 코인 거래소 간 시세가 덩달아 벌어지면서 외국에서 코인을 사 한국에서 내다파는 ‘환치기’가 횡행하고 있다. 해외송금 금액이 이달 들어 불과 9일 새 6배나 폭증하자 금융당국과 시중은행이 단속에 착수했다.
비트코인은 이날 오후 5시 현재 국내 거래소 업비트에서 8199만원을 기록했다. 미국 코인베이스에서도 개당 6만4767달러(약 7231만원)에 안착했다. 국내외 거래소 모두 역대 최고가다. 비트코인의 신고가 행진에 해외 거래가보다 국내 거래가가 더 높게 형성되는 ‘김치 프리미엄’도 15%대로 올라서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문제는 이를 활용한 환치기범들이 극성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해외로 외화를 송금해 현지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매수한다. 그렇게 구입한 비트코인을 한국 거래소로 전송하고, 김치 프리미엄이 반영된 가격에 매도해 차익을 챙긴다. 거래소·환전 수수료 등을 제하면 10% 안팎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국인들이 이 같은 수법을 악용해 대규모 수익을 거두는 것으로 의심된다. 시중은행에 따르면 외국인 또는 국내 비거주인이 중국으로 송금한 액수는 비트코인 시세가 급등한 지난 2월부터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 2월 163만 달러 수준에 불과했던 송금액은 3월에는 274만 달러로 70% 가량 늘었다. 이달 들어선 1~9일 무려 1662만 달러가 송금돼 3월 송금액의 6배 이상을 기록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한달간 중국으로 빠져나가는 돈만 단순 계산으로도 5000만 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은행 지점에는 지난 1주일 사이 중국으로 대규모 송금을 하러 방문하는 중국인 고객들이 급증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으로의 송금액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하자 시중은행은 일선 창구에 ‘비트코인 환치기’로 의심되는 거래에 대해 증빙을 요구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며 대응에 나섰다.
다만 이 같은 조치가 환치기를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 은행 관계자는 “외국환거래법상 연간 5만 달러(1회당 5000달러) 미만을 송금할 경우에는 송금 목적 등에 대한 자료 제출 의무가 없다”면서 “해외 부동산 취득 등 특수한 거래가 아닌 이상 송금 목적을 거짓으로 말해도 알아채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암호화폐의 모호한 법적 지위가 유지되는 이상 실효성 있는 규제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암호화폐 환전소 ‘환전뱅크’의 이재강 대표는 “거래소별로 (코인의) 수요와 공급에 차이가 나는 이상 어느 정도 프리미엄이 생기는 건 필연적인 현상”이라며 “차라리 비트코인을 정식 화폐나 자산으로 인정하는 식으로 제도권에 편입한 뒤 규제를 정비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