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존슨앤드존슨 자회사 얀센의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접종자 중 일부가 희귀 혈전증을 보이면서 접종 중단 위기에 처했다. 이 백신은 국내에 600만명분이 도입될 예정이지만 미국에서 접종 중단이 확정되면 국내 접종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도 유럽에서 혈전증 논란이 제기돼 국내 접종이 중단됐다가 만 30세 미만을 제외하는 조건으로 접종이 재개된 바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13일(현지시간) 얀센의 코로나19 백신의 사용을 중단할 것을 권고했다. 미국에서 현재까지 이 백신을 맞은 700만명 중 6명이 혈소판감소증을 동반한 혈전증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들은 모두 만 18~48세 여성이었고, 사망자도 있었다. 미 보건당국은 14일 CDC 외부 자문위원회를 열고 백신과 혈전증 사이의 연관성을 논의하고 접종 대상을 제한할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얀센 백신의 혈전증 논란은 유럽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유럽의약품청(EMA)은 얀센 백신 접종자 중 4명에게서 희귀 혈전증이 보고돼 조사 중이다. 코로나19 백신이 희귀 혈전증 논란에 휩싸인 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이어 두 번째다.
얀센 백신의 혈전 논란으로 ‘11월 집단면역’ 달성 목표에 비상이 걸렸다. 가뜩이나 2분기에 들어오기로 한 모더나, 얀센 백신 물량은 아직 도입시기가 확정되지 않아 공급 불안정 우려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노바백스 백신은 3분기까지 1000만명분을 받기로 했지만 나머지 1000만명분은 4분기에 공급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마저도 원·부자재 공급이 잘 돼야 가능하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이 한꺼번에 생산되면서 세포배양용 백, 세포여과용 필터 등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얀센 백신 600만명분의 접종이 중단된다면 국내 백신 접종 일정에 큰 변동이 예상된다. 정부가 지금까지 확보했거나 오는 6월까지 공급받기로 확정된 백신은 904만5000명분에 불과하다. 올해 공급받기로 한 코로나19 백신 7900만명분의 11.4%밖에 안 된다. 나머지는 3~4분기에 들여와야 하는데, 11월에 집단면역을 달성하려면 3분기에 대규모 물량이 들어와야 한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백신이 희귀 혈전증과 관련이 있다는 근거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일각에서는 두 백신 모두 ‘아데노 바이러스’라는 전달체(벡터)를 사용하는 게 원인일 수 있다는 추정도 나온다. 이들 백신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무력화시킬 항원 유전자를 아데노 바이러스에 넣어 배양한 후 사람의 세포 안으로 전달한다. 아데노 바이러스 자체는 인체에 해가 없지만 갑자기 두 종류의 바이러스가 한꺼번에 체내에 들어오면서 면역반응이 다른 백신보다 더 심하게 나타나 희귀 혈전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추측이다. 뉴욕타임스(NYT)도 “정부 전문가들은 백신에 의해 유발된 면역체계 반응이 원인이라고 우려한다”고 보도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