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당식 흡수냐 새정치연합식 합당이냐… 야권통합 동상이몽

입력 2021-04-14 04:03
주호영(왼쪽)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합당 문제를 놓고 동상이몽을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흡수통합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국민의당은 당대당 통합을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양측은 일단 서로의 내부 의견 수렴을 기다리겠다는 상황이지만 ‘국민 형제’가 내년 대선 직전까지 통합을 못 이루고 평행선을 달릴 수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된다.

주호영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은 1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16일 예정된 의원총회에서 합당에 대한 의원들의 의견이 정리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국민의당의 시간 계획표를 확인하고, 우리 당 의원총회에서 뜻이 확인되면 그 뜻에 따라서 (합당 문제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정권 교체를 위해 모든 인물, 세력이 결국 한 틀에서 힘을 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당 간 합당 문제에 대한 내부 교통정리를 이번 주 내 마무리짓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표면적으로는 합당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지만 국민의힘에서는 흡수통합 주장이 힘을 받으면서 합당 논의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의석수 등에서 현격한 차이가 나는 국민의당과 당대당 통합을 진행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게 당내 분위기”라고 전했다. 국민의힘은 102석을 가진 제1야당이지만 국민의당은 3석 규모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이날 KBS 라디오에서 “안철수 대표가 국민의당 전력의 99%”라며 “오늘 합당하겠다고 하면 내일 할 수 있다”고 같은 논리를 펼쳤다.

국민의힘은 국민의당과의 합당 문제도 과거 2006년 자민련(당시 1석), 2012년 미래희망연대(옛 친박연대·8석)와 선진통일당(4석)을 흡수통합했던 경우와 다를 게 없다고 보고 있다. 국민의힘이 압도적인 규모인 만큼 국민의당이 들어오는 모양새를 취하는 게 자연스럽다는 말이다. 또 당내에서는 국민의당이 당대당 통합 과정에서 지나친 지분을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페어몬트호텔에서 열린 '서울이코노믹포럼'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반면 국민의당은 흡수통합을 경계하면서 당대당 통합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오세훈 시장의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압승에 안 대표의 공이 컸던 만큼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안 대표가 야권 단일화 논의에 불을 붙였고, 선거운동 기간 내내 적극적으로 오 시장을 도왔다는 것이다. 또 안 대표가 2014년 2석에 불과한 새정치연합을 이끌 때 제1야당이던 민주당(126석)과 대등 합당을 이뤄낸 경험이 있는 만큼 이번에도 쉽사리 양보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한 언론 인터뷰에서 차기 지도부 선출을 앞두고 당권 다툼이 벌어진 국민의힘에 대해 ‘아사리판’이라고 혹평하며 “차라리 아주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면 초선 의원을 내세우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으로 가지 않고 금태섭 전 의원이 말한 새로운 정당으로 갈 수 있다면서 본인도 국민의힘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안 대표에 대해선 “명색이 선대위원장인데 금 전 의원도 입은 국민의힘 당 점퍼를 한 번도 입지 않은 사람이 안철수”라고 직격하며 서울뿐 아니라 부산, 경기 구리에서 지원 유세를 벌인 데 대해 “내년 대선을 위한 자기 홍보였다”고 지적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