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검찰이 이첩한 이규원 검사 사건 처리를 두고 한 달째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이 사건을 직접 수사할지 검찰에 재이첩할지를 정해야 하지만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검사 임용에 난항을 겪고 있는 공수처가 4월 내 수사에 착수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수사 장기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검찰이 이첩한 이 검사 사건에 대해 직접 수사할지 검찰에 재이첩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7일 ‘윤중천 면담보고서’ 내용을 언론에 유출한 혐의 등을 받는 이 검사 사건을 공수처에 넘겼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 중 검찰에서 이첩됐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이 검사 사건을 9일 만에 수원지검으로 재이첩했던 것과 비교하면 처분이 크게 늦어지는 모양새다. 공수처는 수원지검 재이첩 당시 “이첩받은 사건의 처리 방향을 놓고 고심을 거듭한 끝에 검찰에 재이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검사 사건 처리 방향에 대한 공수처의 결정이 늦어지는 데는 ‘유보부 이첩’ ‘황제 조사’ ‘전건 송치’ 등의 논란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공수처는 이 검사 사건을 수사한 뒤 송치하라고 요청했지만 검찰은 법률상 근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수처 사건사무규칙안에 포함된 전건 송치 조항과 관련해서는 검·경의 반발이 큰 상황이다. 공수처는 앞서 ‘판검사 및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사건은 수사 뒤 송치하고 검사 사건을 검찰에 이첩할 경우 공수처가 공소제기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검·경에 전달했었다.
법조계에선 처분이 늦어지는 것과 관련해 “공수처가 ‘인권친화적 수사기구’가 맞느냐”는 비판 섞인 반응이 나온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사건 관계인들의 경우 수사가 신속하게 끝나길 바란다”며 “인권친화기구를 표방한다면서 왜 결정을 안 해주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수사가 장기화되면 사건 관계인들의 불안정한 지위가 유지되기 때문에 인권침해가 될 수 있다는 취지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이 지검장과의 면담 사실이 밝혀졌을 때 “인권친화적 수사기구를 표방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수사 장기화로 인해 실체적 진실 규명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일각에선 공수처가 1호 수사로 해당 사건을 맡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만약 김 처장이 재이첩을 결정할 경우 수사 지연 등에 대한 비판은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