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단지 대개조’로 제조업 일자리 11만5000개 창출 가능할까?

입력 2021-04-14 04:08

11만5000개의 제조업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정부의 ‘산업단지 대개조’ 계획을 두고 무리수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질 좋은 일자리로 분류되면서 지속가능성도 높은 제조업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취지 자체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냐는 데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지역 산단이 중심인 해당 계획을 고려했을 때 수도권 외 지역으로 청년 인재들이 갈 가능성이 적다. 일자리는 있는데 고용할 인재가 없는 ‘일자리 미스 매치’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25조8000억원에 달하는 일자리 예산을 쓰고도 제조업 일자리 취업자 수가 감소한 점 역시 지적에 힘을 싣는다.

1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지정된 산업단지 대개조 대상 지역 산단은 모두 10곳이다. 노후한 산단을 첨단 산업 중심으로 개조해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지난해 선정한 5곳의 경우 6만명, 올해 선정한 5곳은 5만5000명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산단별 특색을 살리기로 했다. 일례로 지난해 지정한 경북 구미국가산단의 경우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전기·전자 산업 부문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내세웠다. 이를 통해 2023년까지 혁신 기업 수를 2020년 대비 12% 늘리고 제조업 일자리를 2만1000개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적지 않은 예산이 소요된다. 올해의 경우 지난해 지정한 5곳의 산단에 3061억원이 투입된다. 예로 든 구미국가산단의 경우 490억원을 배정했다. 올해 신규로 지정한 경남 창원국가산단 등 5곳은 내년부터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향후 3년간 지속적으로 예산을 들여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수천억원을 투입해서라도 계획처럼 많은 제조업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지리적인 문제가 걸림돌이다. 지정된 10곳 중 경기 반월·시화국가산단과 인천 남동국가산단을 제외하면 모두 수도권 외곽에 위치한다. 첨단 제조업에 걸맞은 청년 인재들이 지역보다는 수도권을 선호한다는 점에서 일자리가 있어도 인재를 못 구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 사업체노동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기준으로 수도권 외 지역의 제조업 일자리 부족 인력은 3만2902명에 달한다. 이미 있는 일자리조차 청년들이 기피하다보니 벌어진 일이다.

예산 투입 효과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정부는 일자리 예산을 매년 대폭 확대해왔다. 지난해의 경우 일자리 예산은 25조8000억원까지 늘었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하다. 사업체노동력조사를 보면 지난해 제조업 일자리는 전년 대비 5만4995개 줄었다. 코로나19 영향이 그나마 적은 편이었던 제조업조차 예산 투입 효과를 보지 못했다. 권혁 부산대 로스쿨 교수는 “지역 일자리 창출은 산업적 투자뿐만 아니라 주거 지역과의 접근 가능성 같은 인프라 투자가 병행돼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를 고려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