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유행에 휩쓸려 1년을 연기한 도쿄올림픽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일본 전역을 순회하는 성화가 오는 7월 23일 주경기장인 도쿄 국립경기장 봉송대에 점화되면 올림픽은 개막 축포를 터뜨리고 8월 8일까지 17일의 열전에 들어간다.
태극전사들의 심장박동은 빨라졌다. 27개 종목에 340여명 규모로 구성될 예정인 한국 국가대표 선수단은 모든 일정표를 올림픽 개막일에 맞추고 훈련과 남은 예선 경기를 소화한다. 목표는 세븐-텐(금메달 7개·종합 순위 10위). 태극전사들은 21세기 들어 한 번도 놓친 적이 없는 하계올림픽 10대 스포츠 강국의 위상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조직위)는 올림픽 개최를 위한 마무리 작업에 들어갔다. 국가별 출전 선수의 예비 명단 접수를 지난 9일에 마감했고, 취재진과 방송사 중계진의 경기장 출입에 사용될 AD카드를 발행하기 시작했다. 일본 이외의 거주자를 관객으로 받지 않는 도쿄올림픽에서 해외 입국자 규모를 가늠하는 마무리 단계로 볼 수 있다. IOC와 조직위는 각국 올림픽위원회(NOC)와 33개 종목 단체 직원의 입국을 대폭 축소해 코로나19의 일본 유입을 최소화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 입국할 NOC·종목단체 관계자를 얼마나 축소할지, 일본인에게만 허용할 관중석을 어느 수준으로 개방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세부적인 방역 지침도 미완의 상태다. 이로 인한 혼란도 빚어지고 있다. 국가대표들을 관리하는 국내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13일 “장외에서 선수들의 편의를 돌봐야 하는 매니지먼트사 직원 상당수가 도쿄로 파견되지 못할 것”이라며 “매니저 1명만 선수와 동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2000~3000명으로 늘어날 만큼 급등세로 돌아선 일본 내 코로나19 확산 상황은 도쿄올림픽의 악재로 평가된다. 올림픽 개최에 비관적인 일본 내 여론은 70%를 상회한다. 교도통신이 지난 10~12일 전국 10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올림픽 취소를 택한 응답자는 39.2%, 재연기를 요구한 비율은 32.8%로 각각 나타났다.
올림픽 예선의 더딘 진행은 각국의 코로나19 재확산 조짐과 맞물려 악재를 키우고 있다.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한국에서 올림픽 본선 출전을 확정한 선수는 지난 12일을 기준으로 21개 종목에서 177명으로 집계됐다. 올림픽 개막을 3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예정된 선수단 규모의 절반가량이 출전을 확정하지 못한 셈이다.
올림픽을 앞두고 진행되는 국제대회는 코로나19 위험에 노출돼 있다. 펜싱 남자 사브르 세계 랭킹 1위 오상욱은 지난달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국제펜싱연맹 사브르 월드컵에 출전한 뒤 귀국 과정에서 코로나19 무증상 양성 판정을 받았다. 대한펜싱협회는 “오상욱이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했다”고 설명했다.
대한체육회는 14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올림픽 D-100 기자회견을 열고 준비 상황과 선수들의 각오를 밝힐 계획이다. 체육회 관계자는 “금메달 7개와 종합 순위 10위를 목표로 선수들이 훈련하고 있다”며 “태권도 여자골프 펜싱 외에 일본과 경쟁할 유도 야구에서 금메달을 얻으면 목표 이상의 성적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