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금융규제 샌드박스) 1호로 지정된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서비스 ‘리브M’(사진)이 좌초 위기에 놓였다. 국민은행 노조가 실적 압박을 이유로 혁신금융 해제를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14일 리브M의 혁신금융 재지정 여부를 결정할 방침인데, 과당실적경쟁 여부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위는 14일 2차 혁신금융심사위원회(혁심위)를 열고 리브M의 혁신금융 재지정 여부를 결정한다. 1차 심사에서 혁심위는 금융상품 판매 시 스마트폰 판매를 유도하는 구속행위(일명 꺽기)와 은행 직원 간 과당 실적 경쟁을 하지 않도록 주문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11일 “구속행위 관련 문제는 없는 상태이고, 과당실적 경쟁 여부에 대해 노사가 의견이 다른 상태”라며 “위원회가 중립적, 객관적으로 심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 노조는 지난해 혁신금융 지정 이후 은행이 부당하게 영업을 압박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영업점 판매 채널 확대를 비롯 영업점 성과평가(KPI) 반영, 포상제 도입, 전담직원 지정 등을 영업 압박의 예로 들고 있다.
반면 은행은 노조가 플랫폼 기업을 향한 은행 혁신 노력과 소비자 편익을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영업점을 통한 리브M 개통 사례가 1%에 불과하고, 미성년자 등 비대면 개통이 어려운 고객에 한해 영업점에서 가입을 도와준 경우도 전체 가입자의 10% 수준이라고 은행은 밝혔다. KPI도 반영하지 않으며, 포상제 역시 관심 제고용일 뿐 목표 부여나 할당은 없다고 부연했다. 그럼에도 노조가 복지부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4월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이후 11월 리브M 서비스를 정식 오픈했다. 금융과 통신을 융합해 신용평가를 개선하고 융합형 금융상품 출시, 통신시장 확대 등을 꾀하기 위해서다. 중국 은행들의 온라인 쇼핑몰 사업, 싱가포르 은행의 스마트워치 사업 등이 롤 모델이다. 국민은행 금융상품 이용량에 따라 휴대전화 요금을 할인해주거나, 남은 휴대전화 데이터를 금융 포인트로 전환하는 등 융합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재 목표치 100만명의 10분의 1인 10만명 정도의 가입자를 유치한 상태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를 비롯해 다양한 산업군에서 은행업에 진출하는데 반해 기존 은행들은 ‘고유업무’에만 매달리다 시대적 흐름에 뒤처지고 존폐 위기로 밀리고 있다”며 “기존 은행 업무조차 디지털화되는 상황에서 시중은행의 플랫폼 기업 전환 노력은 주시할 만하다”고 말했다.
정작 리브M을 혁신금융으로 지정했던 금융당국은 사실상 노사 간 합의만 바라고 있는 형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과당실적 경쟁 여부 등 부가조건의 이행 여부도 심의 요건 중 하나여서 노사의 주장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 지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가급적 노사가 협의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강준구 강창욱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