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상한 체하는 영국인들… ” 윤여정 소감 또 빵 터졌다

입력 2021-04-13 04:03
배우 윤여정이 1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로열 앨버트홀에서 비대면으로 개최된 제74회 영국 아카데미(BAFTA)상 시상식에서 화상으로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AFP연합뉴스

“모든 상이 의미 있지만 제게 이 상은 더욱 뜻깊습니다. ‘고상한 체하는’(snobbish) 영국인들이 저를 좋은 배우로 인정해준 것이기 때문에 특별하고 행복합니다.”

한국 배우 최초로 11일(현지시간) 영국아카데미상(BAFTA) 여우조연상을 거머쥔 배우 윤여정이 비대면으로 진행된 시상식에서 재치있는 수상 소감으로 다시 한번 세계 영화인과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작 정 감독의 영화 ‘미나리’에서 1980년대 미국 남부 아칸소로 이주한 한인 가정의 할머니 ‘순자’ 역을 맡은 윤여정은 전형적이지 않은 할머니 연기로 호평받았다.

BBC 등 외신들도 BAFTA 수상 소식을 전하며 예의를 갖추면서도 재치와 솔직함이 빛났다며 윤여정의 소감에 주목했다. 영국 스카이뉴스는 “고상한 체하는 영국인에게 감사한다(Thanks to the ‘snobbish’ Brits)”는 소제목으로 그의 발언을 압축한 뒤 “몇 가지 재미있는 수상 소감이 있었지만 가장 기억할만한 멘트는 여우조연상을 받은 ‘미나리’의 윤여정에게서 나왔다. 윤여정의 소감은 영국인들이 (영화에 대해) 높은 평가 기준을 가졌다는 뜻으로 들렸다”고 전했다.

윤여정은 수상 직후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와 가진 인터뷰에서 “나는 영국을 자주 방문했고 10년 전 배우로서 케임브리지대에서 펠로십을 했다. 모두 고상한 체한다고 느꼈다”면서 “그러나 안 좋은 의미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영국은 역사가 길고 자부심이 있다. 아시아 여성으로서 고상한 체한다고 느꼈고 그게 내 솔직한 느낌”이라고 부연했다.

윤여정은 이날 수상소감에서 “한국의 여배우”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수상하게 돼 영광스럽다. 에든버러 공작(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남편)의 별세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배우조합상(SAG)에 이어 BAFTA에서도 여우조연상을 받음으로써 오는 25일 열리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여우조연상 수상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배우조합 소속 배우 상당수가 아카데미 회원과 겹쳐 SAG의 수상 결과가 아카데미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BAFTA도 영국과 미국 영화의 구분 없이 수상자를 선정하는 만큼 미국 아카데미상의 향배를 가늠해볼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여정은 한국영화 102년 역사상 처음으로 아카데미 연기상 후보에 올랐다.

할리우드의 시상식 예측 사이트인 ‘골드더비’는 윤여정을 가장 유력한 수상 후보로 꼽고 있다. ‘버라이어티’ 역시 윤여정을 가장 유력한 아카데미 수상 후보로 꼽으며 “BAFTA 수상자가 오스카에서 수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미나리’는 지난해 미국 최대 독립영화 축제인 선댄스 영화제에서 대상과 관객상을 받으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미국 내 크고 작은 시상식과 영화제에서 100개가 넘는 상을 받았고 이 중 20여개는 윤여정이 받은 연기상이다.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은 오는 25일(한국시간 26일 오전) 열린다. ‘미나리’는 여우조연상 외에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음악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올라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