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의 서울시 “재건축 3년간 묶어놨던 것은 비민주적”

입력 2021-04-12 04:05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부와 차별화된 부동산 정책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3년간 묶여 있던 재건축 대상 주요 아파트단지의 규제를 풀기 위해 정비구역 지정, 조합설립 인가, 사업시행 인가 등 서울시가 내부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것부터 신속하게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안전진단 기준 완화, 공시가격 동결 등 정부와 협의가 필요한 부분은 전향적인 방향으로 개선을 촉구할 방침이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1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주요 아파트 단지 재건축을 (서울시가) 3년간 묶어놨던 건 민주적 절차가 아니다. 개선돼야 한다. 아무 근거 없이 인위적으로, 행정적으로 붙들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원순 전 시장 시절부터 서울시 주택정책에 관여해온 이 인사의 언급은 당시 서울시가 노후화된 아파트의 재건축이 원칙적으로 허가됐음에도 다른 행정절차를 중단하거나 의도적으로 지연시켜 틀어막았음을 털어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시 주택건축본부는 12일 오 시장에게 이런 내용이 포함된 업무보고를 한다. 13일로 예정됐던 업무보고를 하루 앞당긴 만큼 오 시장의 재건축 완화 정책기조가 시급한 현안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일단 서울시는 정밀 안전진단을 통과한 주요단지의 정비구역 지정 등 후속 절차를 빠르게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여의도 시범아파트, 마포 성산시영, 목동신시가지12단지 등이 해당된다. 재건축사업 절차는 기본계획이 수립되면 정밀 안전진단을 실시하고 이를 통과할 경우 시가 정비구역으로 지정한다. 이어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승인, 조합설립 인가, 사업시행 인가, 관리처분 순으로 진행된다.

재건축 주요 단지 중 강남 압구정1구역과 은마아파트는 추진위원회가 설립됐고 압구정4·5구역은 조합설립 인가를 받은 상태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는 조합이 설립됐다. 따라서 이 단지들은 오 시장 결단만 있으면 언제든지 민간 주도의 재건축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수 있다. 오 시장은 선거기간 “취임 후 1주일 안에 재건축 규제를 풀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한꺼번에 재건축 규제를 풀면 집값이 다시 들썩일 수 있어 순차적으로 완화할 가능성이 크다. 다른 서울시 관계자는 “신임 시장이 풀겠다고 했으니 시기는 왔는데 부동산 가격에 불을 지피면 곤란하다. 시장 안정을 고려하면서 신규 주택을 공급한다는 신호를 보내기 위해 세심한 전략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더불어 서울시는 재건축의 첫 관문인 안전진단 기준을 정부가 규제를 위해 지나치게 강화한 것도 문제 삼고 나섰다. 이 관계자는 “안전진단을 부동산 규제 수단으로 활용하다 보니 기준 자체가 엉망이 됐다”며 “역대 안전진단 가운데 가장 센 기준, 그것도 국민의 뜻을 물어보지 않고 국토부 장관 사인만으로 강화된 건 정당성이 부족하다”고 했다. 서울시는 국토부에 안전진단 기준 완화 방안을 건의할 계획이다.

한편 오 시장은 지난 10일 서울시 차원의 공동주택 공시가격 재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