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지우기’에 나선 오세훈(사진) 서울시장과 더불어민주당이 장악한 서울시의회의 힘겨루기가 시작됐다. 2011년 무상급식을 둘러싸고 시의회와 대립한 끝에 주민투표 실시로 사퇴했던 오 시장이 이번 리턴매치에서 시의회와의 타협을 택할지 또다시 정면 돌파를 시도할지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은 지난 9일 M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광화문광장 공사를 지금 중단하면 혈세 낭비다. 혼란만 초래할 일”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시장님이 뜻대로, 마음대로 중단할 사항은 아닐 것”이라며 “의회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오 시장은 선거 기간 광화문광장 공사에 대해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살기 어려워진 마당에 도대체 누굴 위한 공사인지 묻고 싶다”며 부정적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김 의장은 편파성 논란을 낳은 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송출하는 TBS(교통방송)에 대해서도 “시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해야 할 것”이라며 “(예산지원 중단·삭감안이 제출된다면) 심도 있게 논의하겠다”고 했다. “김어준 씨가 계속 진행해도 좋다. 다만 (정치적 논평은 하지 말고) 교통정보를 제공하라”고 한 오 시장의 언급을 공격한 셈이다.
서울시의회와 오 시장의 힘겨루기는 19일 시의회가 본회의를 열어 오 시장 처가 내곡동 땅 의혹 관련 행정사무조사 실시 건을 의결하느냐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김 의장은 “시의원들이 논의해야 할 사항이다. 여론을 감안해 신중하게 결정할 생각”이라고 했다. 서울시의회는 시의원 109명 중 101명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그는 지난 8일 오 시장과의 첫 면담에서 “시장님이 내공 많이 쌓으셨다고 하고 공부도 많이 하셨다고 해서 잘 하실 걸로 믿고 있다”며 “로마가 승리하고 성을 쌓지 않고 길을 냈다고 하지 않나. 그래서 시장님이 소통의 길, 코로나로 너무 서민경제가 어렵고 서민들이 신음하는데 길을 내는 시장이 되셨으면 한다”고 협치를 강조했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소통이 필요하다. 제가 속한 정당이 소수정당이라 솔직히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시민들의 편익과 행복을 위해 일하면 소통도 되고 잘 풀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협조를 요청했다.
오 시장 취임으로 서울시 정책의 대전환이 예상되지만 서울시의회의 협조가 없으면 조례 제·개정, 예산안 처리 등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 오 시장의 임기가 1년 2개월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스피디한 주택공급 등 신속한 정책 집행을 위해서는 시의회 동의가 필수적이다.
시의회도 이번 선거에서 무서운 민심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근거없이 시 집행부에 무조건 반대만 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오 시장이 소통과 협치의 리더십을 발휘한다면 적절한 선에서 타협점이 모색될 가능성도 있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