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한방 있다! 김하성 ‘포성’

입력 2021-04-12 04:03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9번 타자 김하성(오른쪽)이 11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라이프필드에서 텍사스 레인저스와 가진 2021시즌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원정경기 5회초 선두타자로 나와 솔로 홈런을 친 뒤 대기 타석에서 기다리던 후속타자 트렌트 그리셤과 팔꿈치를 부딪치며 기뻐하고 있다. AP뉴시스

김하성(26·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1호 홈런을 터뜨렸다. 큰 궤적을 그리며 솟구친 타구가 상공을 갈라 경기장 왼쪽 내·외야석을 가르는 노란색 폴을 때린 순간, 메이저리그의 강속구에 위축된 줄만 알았던 김하성의 장타가 부활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동료들은 더그아웃에서 ‘침묵 세리머니’로 김하성의 첫 홈런을 축하했다.

김하성은 11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라이프필드에서 텍사스 레인저스와 가진 2021시즌 메이저리그 원정경기에 9번 타자 겸 유격수로 선발 출전, 2-3으로 뒤진 5회초 선두타자로 나와 솔로 홈런을 쳤다. 텍사스 선발투수 조던 라일스와 볼카운트 1볼 1스트라이크로 맞선 상황에서 3구째 시속 127㎞짜리 커브를 퍼 올렸다.

김하성은 한동안 타석에서 방망이를 쥐고 타구를 바라봤다. 타구가 폴을 기준으로 내야석 쪽에 떨어져 파울로 선언될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타구는 폴을 맞고 그라운드로 떨어져 홈런으로 기록됐다. 김하성은 담담한 표정으로 베이스를 돌았다.

타석에 들어설 준비를 하던 후속타자 트렌트 그리셤은 김하성과 팔꿈치를 부딪쳐 가장 먼저 축하 인사를 건넸다. 샌디에이고 더그아웃도 들썩거렸다. 하지만 샌디에이고 선수들은 정작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김하성을 하나같이 외면했다. 데뷔 홈런을 친 선수의 무안한 표정을 유발하는 메이저리그 특유의 ‘침묵 세리머니’였다. 김하성은 분위기를 알아챈 듯 하이파이브를 하는 척하며 더그아웃 끝까지 들어갔다. 동료들은 그제야 김하성에게 몰려가 축하를 건넸다. 샌디에이고는 트위터에 김하성의 홈런 영상을 올리고 한글로 ‘김하성 파이팅’이라고 적었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 MLB닷컴의 전문가 사이트 ‘베이스볼 서번트’는 김하성의 홈런 타구의 구속을 시속 165㎞, 비거리 118.26m로 측정했다. 지난 10일 텍사스 원정경기(3대 0 승)까지 7경기(18타수)에서 친 3안타 중 2루타 이상의 장타는 없었다. 이제 첫 홈런을 치고 포문을 열었다.

김하성은 지난해까지 한국의 키움 히어로즈에서 장타자로 활약했다. 샌디에이고는 ‘내야수 장타자’로서 김하성의 능력을 높게 평가했다. 다만 홈런보다 2루타가 많았다. 이를 놓고 김하성이 타구를 멀리 보낸 뒤 빠른 발을 이용해 장타를 쌓아왔다는 평가도 받았다. 하지만 근력 운동으로 몸집을 키운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30홈런을 치고 ‘거포’ 대열에 올라섰다. 메이저리그 데뷔 8경기 만에 장타력을 살려낸 셈이다.

김하성은 2타수 1안타 1타점 2득점을 기록해 샌디에이고의 7대 4 승리를 견인했다. 김하성은 경기를 마친 뒤 미국 언론과 화상 인터뷰에서 “변화구가 올 것 같았다. 좋은 타구를 만들어 기분이 좋다”며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의 경기가 중요하다. 타석에 계속 나가면서 투수들에게 적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