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부부가 年 10억 버는 부산 도심 스마트팜 ‘대박’

입력 2021-04-12 04:04
지난 8일 부산 강서구 죽동동에 위치한 토마토 스마트팜에서 김태형(30) 부경원예농협 조합원이 익은 토마토를 수확하고 있다.

김해국제공항이 위치한 부산 강서구는 농업과 인연이 깊은 지역이다. 공항 주변 도로를 따라 둘러보면 심심찮게 경작지를 만난다. 비닐하우스부터 시작해 각종 작물 재배지가 눈에 들어온다. 다만 최근 몇 년 사이 조금씩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경작지 위에 전통적인 비닐하우스 대신 식물원을 닮은 낯선 형태의 온실이 들어서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과 농업을 융합한 스마트팜이 주인공이다. 지난 8일 방문한 강서 죽동동 소재 토마토 스마트팜도 그 중 하나다. 약 9917㎡ 부지에 조성된 이 시설 안에는 48개 고랑에 걸쳐 빼곡하게 토마토가 심어져 있었다.

막대기를 꼽아 줄기가 타고 올라가도록 유도해 재배하는 토마토와는 방식이 달랐다. 비닐하우스 위쪽에서 아래까지 내려온 끈이 막대기 역할을 대신한다. 토양 대신 네모난 모양의 ‘코코피트(원예농업용 배양토)’에 뿌리를 내린다. 비유하자면 수경재배 방식과 흡사하다.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서는 6통의 벌통을 들였다. 호박벌이 몸에 묻은 꽃가루를 옮기며 토마토의 수정을 돕는다. ICT를 활용해 온도나 습도를 최적으로 조절하다보니 날씨 영향도 없다시피 하다. 2~3일에 한 번씩은 수확이 가능하다. 연간 생산량은 지난해 기준 420t에 달한다고 한다.

생산량이 많다고 해도 판로가 없다면 헛일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기우였다. 해당 스마트팜을 운영 중인 부경원예농협 조합원 김태형(30)씨는 “일본에 20% 정도를 수출하고 나머지는 스테비아 토마토(사탕수수 원액을 넣은 토마토) 가공을 하는 곳으로 내보낸다”며 “6~7월에는 대만·싱가포르 수출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물론 처음부터 생산·판매가 원활했던 것은 아니다. 김씨는 사실 ‘초짜 농부’였다.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김씨는 스마트팜의 가능성을 보고 부산대 등에서 교육을 받은 뒤 농업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배운 것과 현장은 달랐다고 한다. 부산 기후에 적합한 스마트팜 방식은 시행착오를 거친 뒤에야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지속적인 판로도 인근에서 스마트팜을 운영하는 10명의 청년 농업인들과 지역 농협의 도움으로 뚫을 수 있었다.

수확 후 토마토를 크기 별로 자동 선별하는 모습.

그렇다면 연간 수입은 얼마나 될까. 귀를 의심할 정도 수준이다. 김씨는 “순수익이 10억원은 넘는 거 같다”고 말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인건비가 들어가지 않는다. 영양분을 공급하는 일은 스마트폰으로 해결하고 주로 수확·포장하는 일만 인력이 필요하다. 김씨는 “2명을 상시 고용하고 저희 부부가 일을 거든다”고 전했다. ‘노동 집약적 산업’의 대명사였던 농업의 위상은 어느새 바뀌어 있었다.

치과기공사 일을 그만두고 귀농한 부경원예농협 조합원 조영철(43)씨도 비슷한 사례다. 강서 강동동에 약 7272㎡ 규모의 대지에 스마트팜을 운영하며 토마토를 생산한다. 역시 2명의 상시 고용 인력과 조씨 부부 등 4명이 일을 한다. 2019년에 규모를 확장한 뒤 농협에서 3년 거취 7년 분할상환으로 대출받은 금액을 갚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연간 생산량이 75t으로 김씨에 비하면 적은 편이다. 그래도 조씨는 “생활비 제외하고 매년 1억원 정도 대출을 갚는다. 5년 정도면 빚을 다 갚을 듯하다”고 말했다.

어려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출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땅값’이 가장 큰 문제다. 특히 인근에 대저신도시가 생긴다고 하면서 땅값이 훌쩍 뛰었다. 김씨와 조씨의 경우 이 지역에서 농사를 짓던 부모에게서 땅을 물려받은 덕분에 겨우 스마트팜을 영위할 수 있었다. 코로나19 탓에 외국인 근로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라는 점도 난제다. 스마트팜의 경우 인력 중요도가 낮다고 해도 최소 인력은 필요하다. 김씨는 “농협 인력중개센터를 통해 급할 때 인력을 끌어 쓸 수 있는 덕분에 그나마 버틴다”고 말했다.

부산=글·사진 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