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안의 여백… 안산시민들에게 ‘쉼의 자리’ 되었으면”

입력 2021-04-12 03:02
김학중 꿈의교회 목사(오른쪽)가 지난 9일 경기도 안산의 교회 1층 더갤러리에서 부목사들에게 신성희 화백의 작품과 부활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안산=신석현 인턴기자

지난 9일 경기도 안산 꿈의교회(김학중 목사) 교회 1층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더갤러리(the Gallery)’라고 쓰인 간판이었다. 교회가 안산시민과 소통하며 복음을 전하기 위해 만든 더갤러리의 외관은 흰색과 검은색을 조화롭게 사용해 모던한 느낌을 줬다.

무엇보다 관심이 간 건 개관 기념전에 초대된 작가였다. 지난 3일 문을 연 더갤러리에는 안산이 낳은 세계적 거장 신성희(1948~2009) 화백의 작품 20여점이 걸렸다. ‘부활의 회화’를 주제로 진행되는 전시는 다음 달 10일까지 이어진다.

홍익대 미대를 졸업한 뒤 1980년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을 시작한 신 화백은 캔버스를 가느다란 띠 모양으로 자른 뒤 이를 다시 묶고 그 위에 채색하는 ‘누아주’(nouage·매듭 페인팅) 기법을 선보이며 명성을 얻었다. 2013년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포스터가 그의 작품 ‘평면의 진동’으로 제작되면서 국내에서도 이름을 알렸다. 이미 많은 사람이 그의 작품을 보기 위해 더갤러리를 찾았다.

신 화백에 이어 의수 화가 석창우 화백도 초대된다. 사고로 두 팔을 잃은 석 화백은 수묵 크로키의 대가로 평가받고 있다. 지역교회가 갤러리를 만든 것도 흔치 않은 일인데 개관과 동시에 정상급 작가들의 전시회를 연달아 유치하면서 미술계의 이목도 끌고 있다고 한다.

교회는 더갤러리를 안산을 대표하는 전시 공간으로 키울 예정이다. 김학중 목사는 “코로나19로 우울한 일상을 사는 안산시민에게 기쁨을 드리고 싶어 항온·항습 시설을 갖춘 전문 갤러리를 만들게 됐다”며 “신성희 석창우 화백 같은 세계적 명성을 가진 작가의 전시회도 열지만, 아마추어 작가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한다는 게 갤러리 운영 방침”이라고 소개했다. 모두에게 열린 갤러리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내년 4월까지 전시 일정이 모두 잡혔다.

김 목사는 미술 작품이 품은 여러 색을 통해 하나님의 창조 섭리를 엿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교회에는 설교와 찬양처럼 소리를 통해 복음이 전달되는 기능이 있고 이와 동시에 색을 통해서도 영혼의 깊은 울림을 경험할 수 있다”며 “더갤러리가 그런 부분에서 앞으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교회는 더갤러리 옆에 침묵 기도실도 만들었다. 66㎡(약 20평) 넓이의 공간은 최소한의 조명만 해 어두웠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수도원의 동굴 기도실을 연상케 했다. 눈이 어둠에 적응하기 전 먼저 접하는 건 조용히 울려 퍼지는 찬양 소리다. 침묵 기도실은 찬양을 들으며 묵상하는 공간이다.

갤러리와 기도실은 색과 소리를 통해 교인과 주민들에게 쉼을 선사하기 위해 꾸며졌다. 그런 면에서 역동적인 교회 안에 마련된 여백과도 같다. 김 목사는 “나무와 나무 사이, 하늘과 바다 사이 공간은 모두 하나님이 두신 여백”이라며 “교회에 마련된 쉼의 자리를 찾은 이들이 잠시 서거나 앉아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안산=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