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 떠난 자리에 또 ‘친문’… 與 회전문 쇄신 책임론 고조

입력 2021-04-10 04:04
연합뉴스

4·7 보궐선거 패배 후폭풍으로 더불어민주당에서 ‘친문(친문재인) 책임론’이 떠오르고 있다. 부동산 정책과 검찰개혁 등 문재인정부의 기조를 주도해온 친문 세력이 패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당 지도부 사퇴 이후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마저 친문 일색이란 비판을 받고 있어, 민주당 차기 지도부 선출에도 적잖은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노웅래 전 최고위원은 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친문 인사인 도종환(사진) 의원이 비대위원장이 된 것을 두고 “쇄신을 해야 하는 마당에 쇄신의 당 얼굴로 특정 세력의 대표를 내세운 것”이라며 “쇄신의 진정성이 있나. 국민을 바보로 보는 것”이라고 했다. 노 전 위원은 16일과 다음 달 2일로 예정된 원내대표 및 당 대표 경선에 대해서도 “같은 차원에서 봐야 한다”고 했다. 사실상 친문의 2선 후퇴를 압박한 것이다.

친문책임론의 핵심은 선거 참패 이후 새로운 인물로 쇄신해야 국민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정부 임기 동안 친문 인사들이 주요 내각에 입각했고, 당에서 정책 기조를 결정해온 만큼 차기 지도부만큼은 새로운 인물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민주당 비대위는 도종환 위원장뿐 아니라, 친문이 주축인 싱크탱크 ‘민주주의 4.0’ 소속 의원들이 합류한 상태다. 차기 당권 주자 중에서도 홍영표 의원, 원내대표 주자 중에는 윤호중 김경협 의원이 친문으로 분류된다. 친문이 사퇴하고, 다른 친문이 당권 도전에 나선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조응천 의원은 페이스북에 “당의 잘못으로 지적받은 ‘무능과 위선, 오만과 독선’에 대해 상당한 책임이 있는 분이 아무런 고백과 반성 없이 원내대표와 당 대표로 당선됐을 경우 국민들이 우리 당이 바뀌고 있다고 인정해줄까 두렵다”면서 “우리 당이 부정적 평가를 받는데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가급적 이번 당내 선거에 나서지 않으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친문 지도부를 두둔했던 민주당 초선의원들이 이날 발표한 사과문도 진정성이 없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초선의원 81명은 이날 공동입장문을 통해 “어느새 민주당은 ‘기득권 정당’이 돼 있었다”며 “이번 보궐 선거에서 민주당은 후보 공천을 하지 않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등 각종 국면에서 극성 당원들의 눈치를 보며 강경 발언을 주도해왔다. 이소영 의원은 박 전 시장의 성추행에 대해 야당이 상임위에서 따져 묻자 “형법상 사자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는 내용을 주장하고자 할 때는 기자회견장에서 면책특권을 내려놓고 하는 것이 책임 있는 태도”라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장경태 의원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세금 837억원이 소요되는 것에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해서 발생했던 선거 비용에 대해 (국민의힘이) 사과하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한준호 의원은 초선의원들의 자성이 너무 늦었다는 지적에 대해 “그간 당의 방향성과 속도에 맞춰 움직이다 보니 다양성을 담아내지 못했다”며 “지켜보기만 하며 큰 의견을 내지 못하고 다양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에서 반성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서는 그동안 극소수 의원들을 제외하고는 조국,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비판을 하지 않았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전·월세상한제 등 각종 입법 과정에서도 당·정·청 일치를 강조하며 일사천리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당내 비판과 토론을 금기시하다 선거가 끝나고 나니 뒤늦게 책임 공방에 나선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