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정규시즌 6강 구단 감독과 선수단이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한자리에 모여 치열한 입담을 펼쳤다. 역대 챔피언 성적으로는 2강(현대모비스 7회, KCC 5회)·2중(오리온·KGC인삼공사 2회)·2약(전자랜드·KT 0회)으로 나뉘지만, 우승을 향한 의지는 우열을 가릴 수 없었다.
6강 구단 감독과 선수들이 8일 서울 리베라호텔에서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플레이오프(PO) 미디어데이에서 일제히 출사표를 던졌다. 통합우승에 도전하는 1위 전주 KCC와 우승 트로피를 7차례 거머쥔 PO의 강자 울산 현대모비스는 먼저 4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해있다. 4위 고양 오리온과 5위 인천 전자랜드 중 승자가 KCC와 맞붙고, 3위 안양 KGC인삼공사와 6위 부산 KT의 승자는 현대모비스와 겨룬다.
전창진 KCC 감독이 “전자랜드와 오리온이 꼭 5차전까지 해서 ‘좋은 경기력’으로 올라왔으면 좋겠다”고 운을 띄웠다. 강을준 오리온 감독은 “(이번 시즌) 전주에 세 번 갔는데, 먹고 싶은 음식을 아직 못 먹었다”며 “꼭 전주비빔밥을 먹으러 가겠다”고 응하며 6강 PO에서 승리를 낙관했다.
전자랜드 에이스 김낙현은 오리온의 약점을 끊임없이 파고들었다. 김낙현은 “이빨 빠진 고양”이라며 “이승현의 발목 부상으로 타격을 입어 저희가 수월하게 준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자극했다. 득점에 대한 부담감을 혼자 안을 때마다 무리한 슛을 쏘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에이스 이대성을 지적하며 “승부처에서 ‘갑옷’을 입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오리온은 정규리그 전자랜드와 상대전적에서 4승 2패로 다소 유리한 상황이지만 후반기 다소 부진했다. 이를 의식한 강을준 감독은 “김낙현이 이대성의 진심을 모르는 것 같다”며 “4차전에서 끝내고 싶은데 이승현이 나와야 하니 5차전까지 가지 않을까 싶다”라며 이승현의 이른 복귀를 예고했다.
8번째 우승을 조준하고 있는 유재학 현대모비스 감독은 “시즌 전에는 새로운 선수들이 팀에 잘 적응하고 어린 선수들이 성장하는 게 목표였는데 하다가 보니 우승에 욕심이 난다”며 “골 밑 득점이 올해 가장 좋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현대모비스는 외국 선수 MVP를 받은 숀 롱과 함께 장재석 함지훈의 활약으로 정규시즌 페인트존 슛 리그 1위(경기 평균 21.6개)를 차지했다.
KT 에이스 허훈과 맞대결을 앞둔 KGC인삼공사 야전사령관 이재도는 “허훈을 잡아야 한다. 정규리그에서 우리 팀을 상대로 기록이 좋았다”며 “플레이오프에선 정규리그 평균 기록의 절반 정도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고 예고했다. 정규리그에서 이재도를 만날 때면 평균 23.2득점 8.7어시스트를 하면서 맹활약했던 허훈도 “(이)재도 형 파울 개수를 두 배로 늘려서 빨리 벤치로 보내겠다”며 “잘했던 것을 더 폭발력 있게 보여드리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이재도와 허훈은 올 시즌 6번의 승부에서 4번의 경기를 연장전으로 이끌며 명승부를 펼쳤다.
5전3선승제로 펼쳐지는 6강 플레이오프의 서막은 10일 고양체육관에서 4·5위 오리온과 전자랜드가 연다. 원점부터 다시 대결을 벌이는 PO에서 ‘왕좌’에 자리에 오를 이의 얼굴은 물음표지만, 이들의 입담만큼 뜨거운 승부가 펼쳐질지 주목된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