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안철수 어떻게 끌어안나… 野 ‘포스트 재보선’ 체제로

입력 2021-04-09 04:03
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이 8일 국회 소통관에서 “승리에 취하지 않고 당을 개혁해 나가겠다”는 기자 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4·7 재보궐선거 압승을 거둔 국민의힘도 ‘포스트 재보선’ 체제에 돌입한다. 당장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떠나며 당내 리더십에 공백이 생긴 상황이다. 과제는 산적해 있다. 주호영 당 대표 권한대행의 임기가 다음달 29일까지인 데다 새 지도부를 구성할 전당대회도 준비해야 한다.

지도부 구성 시기와 방법에 따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제삼지대와의 야권 대통합 논의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선거 승리감에 취해 이권 다툼에만 치중한다면 어렵사리 이룬 선거 승리 열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국민의힘은 8일 의원총회를 열고 전당대회 방식과 시기 등을 놓고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윤 전 총장과 안 대표는 물론 홍준표 무소속 의원까지 모두 국민의힘에 함께 들어와 야권 대통합을 이뤄야 한다는 주장이 여러 의원에게서 나왔다. 중진인 김기현 의원은 “대여 관계에서 강경투쟁 일변도를 벗어나 중도층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정치를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장 변수는 주 권한대행의 거취다. 원내대표로서 사퇴한 김 위원장을 대신해 이날부터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게 된 주 권한대행이 직접 당권에 도전할 경우 원내대표 선거가 앞당겨질 수 있다. 현재 원내대표에 출사표를 던진 의원은 권성동 김기현 김태흠 유의동 의원 등이다.

더 큰 관심사는 전당대회다. 국민의힘 당헌에 의하면 김 위원장이 사퇴한 이날부터 60일 이내인 6월 6일까지는 임시전당대회를 열고 당 대표를 선출해야 한다. ‘당 지도부 공백’ 상황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기 전당대회가 열릴 가능성도 있다. 권영세 김웅 서병수 윤영석 정진석 조경태 주호영 홍문표 의원과 김무성 나경원 전 의원 등이 당권 도전자로 거론된다.

문제는 국민의당과의 합당, 윤 전 총장의 영입 등 외부 변수다. 우선 국민의당과의 ‘선 통합 후 전대’ 논의가 가장 먼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전당대회 이전 두 당이 합당한다면 안 대표에게 국민의힘 당권 도전의 길을 터주는 효과가 있다. 반면 정통성을 가진 새 지도부를 선출한 뒤 합당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이에 대해 안 대표는 “진정성을 갖고 정권교체가 가능한 최고의 방법을 기준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다음은 제삼지대에서 정치적 기틀을 닦을 것으로 보이는 윤 전 총장의 영입 또는 통합이 관건이다. 이에 실패할 경우 야권이 다시금 분열된 상태에 치달을 수 있다. 국민의힘이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다.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 당내 대권 주자들과 윤 전 총장, 안 대표 등이 야권 단일화 대선 후보를 놓고 한판 대결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 다가올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이들의 대리전 양상을 보일 수도 있다.

당내에는 일찌감치 ‘자만 경계령’이 떨어졌다. 야권이 통합하지 못하고 이전처럼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이면 언제든 국민에게 다시금 외면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초선 의원 56명은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가 잘해서가 아니라 문재인 정권의 패배”라며 “청년에게 인기 없는 정당, 특정 지역 정당이라는 지적과 한계를 극복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당내 최다선인 정진석 의원은 “우리 진영의 고질병인 적전분열, 자중지란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