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서울시장직에 복귀한 오세훈 신임 시장은 첫 출근길에서 환한 얼굴로 연신 “고맙습니다”를 외쳤다. 마중 나온 직원들 앞에선 “오늘부터 서울시는 다시 뛴다”고 선언했다. 10년 전 시장직을 내려놓게 한 단초였던 서울시의회를 찾아선 한껏 몸을 낮췄다. 코로나19 백신접종센터에선 “확산세를 둔화시킬 것”이라고 자신했다.
오 시장은 8일 오전 8시 첫 일정으로 국립 서울현충원을 찾았다. 어두운 네이비 양복에 검은 넥타이를 한 오 시장은 홀로 굳은 표정으로 차에서 내렸다. 현충탑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참배를 마친 오 시장은 붓펜을 들어 방명록에 ‘다시 뛰는 서울시 바로 서는 대한민국’이라고 적었다.
시청 주변에 도착하고서야 오 시장의 표정이 펴졌다. 과거 함께 일했던 시청 직원이 마중 나온 걸 알아보고선 어깨를 힘껏 두드리며 반겼다. 시청 안으로 향하던 도중 집회 중이던 노량진 수산시장 상인이 무릎을 꿇고 관심을 호소하자 오 시장은 발걸음을 돌려 상인을 일으켜 세웠다. 시청 안은 새 시장을 환영하는 직원들이 북적거렸다. 오 시장은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진다”며 “코로나 등으로 어려운 서울시민에게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내 여유를 되찾은 듯 “예전 근무 때 (내가) 일 많이 시켜서 걱정한다고 들었다”며 “걱정 안 해도 된다. 나부터 솔선수범하겠다”며 농담을 건넸다.
처음 온 시청 신청사가 낯선 듯한 모습이었다. 신청사는 오 시장 재임 때 착공됐지만, 퇴임 뒤 완공됐다. 오 시장은 “청사에 들어오면 눈물이 나올 것 같았는데, 기다리는 직원들이 많아서 눈물이 쏙 들어갔다”며 웃었다.
6층 시장 집무실로 향하는 길목에선 서울시장 권한대행을 맡아온 서정협 행정1부시장을 만나 서로 “고생 많았다”고 위로했다. 박 전 시장 사망 뒤 9개월 동안 방치됐던 시장실에는 다시 불이 켜졌다. 시장실 내 개인공간에는 침대 대신 소파를 놓았다. 오 시장은 사무 인계·인수서에 3번 서명하는 것으로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10년 만의 복귀 소감을 묻는 말엔 “얼떨떨하다”고 했다.
오 시장은 ‘악연’인 시의회를 찾아 도움을 구했다. 10년 전 시의회와 오 시장은 무상급식을 비롯한 각종 현안마다 충돌했고, 누적된 갈등이 오 시장 사퇴로 이어졌다.
오 시장은 김인호 서울시의장에게 “제가 정말 잘 모시겠다. 지도 편달해달라”는 표현을 쓰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이후 김기덕 부의장을 만나 “의회에서 안 도와주시면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되겠느냐,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의장단은 덕담으로 화답했다.
하지만 갈등 여지도 남겼다. 오 시장이 “많은 시민 여러분들이 (저를) 지지해주셨는데, 시의회 지지(여부)를 우려한다”고 하자 김 의장은 “의장으로서 선당후사를 생각해야 한다”고 답했다. 오 시장은 앞서 박 전 시장의 대대적 개편을 예고했지만, 김 부의장은 “박 전 시장의 사업들을 가급적 지켜달라”고 요청했다. 오 시장은 일단 낙관적으로 받아들였다. 의장단 면담 뒤 “(민주당 구청장이 대부분인) 25개 자치구를 이끌어가야 한다는 중압감이 컸다”며 “민주당 협조가 꽉 막히진 않은 것 같아 마음이 가벼워졌다”고 말했다.
오후에는 민방위 점퍼를 입고 성동구 백신접종센터를 찾았다. 오 시장은 “코로나19 확산세를 둔화시킬 방안을 최대한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