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친환경 드라이브’에 탄소배출권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국내 기업 간 탄소배출권 거래량이 5년 새 30배 커졌고 배출권 가격은 거의 3배로 뛰었다.
금융감독원은 국내 탄소배출권 누적 거래량이 2015년 570만t에서 지난해 1억7320만t으로 약 30배 늘었다고 8일 밝혔다. 지난해 배출권 연평균 가격은 t당 2만9604원으로 2015년 1만1013원 대비 169% 올랐다.
정부는 2015년부터 온실가스 배출 기업을 대상으로 배출권을 유·무상으로 할당하고 그 범위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허용하고 있다. 각 기업은 할당받은 배출권 중 남거나 부족한 부분을 한국거래소에서 사고판다. 거래 내역은 재무제표에 반영해야 한다. 배출권 매입액은 자산으로, 초과 배출에 따른 소요액 추정치는 부채로 잡는다.
국내 주요 상장기업의 배출권 관련 자산과 부채는 증가 추세다. 정부로부터 배출권을 할당받은 상장사 611개 기업 중 할당량 상위 30곳의 경우 지난해 말 현재 연결기준 배출권 자산과 부채가 각각 5237억원, 7092억원으로 집계됐다. 제1차 할당 계획기간 마지막 해인 2017년의 2163억원, 6574억원에 비해 각각 142.1%(3074억원), 7.8%(518억원) 늘어난 규모다.
이들 기업 배출권 자산·부채는 2018년에서 2019년으로 넘어오면서 급증했다. 자산은 2113억원에서 5618억원으로 166% 늘고, 부채는 4451억원에서 1조157억원으로 128% 증가했다.
금감원은 “배출 부채는 최근 4년간 온실가스 초과배출량 규모 변동에 따라 연도별로 증가 또는 감소했다”며 “지난해에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화력발전소의 석탄발전량 감소 등으로 배출 부채가 전년 대비 3065억원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기업의 배출권 보유량 대부분은 장부가액이 0원인 무상할당분이라 배출권 자산 규모가 아직 작은 편이다. 경매를 통하는 유상할당 비율이 종전(2018~2020년) 3%에서 향후 5년간 10%로 늘어나는 올해부터는 배출권 자산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0월 정부는 파리협정 목표 달성을 위해 205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순배출량 0을 달성키로 하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온실가스 배출허용량 축소 등에 나섰다. 3차 사전할당 계획기간인 올해부터 2025년까지 정부는 11억5600만t을 기업에 배분한다.
기업의 배출권 자산 부채 규모 증가로 관련 재무공시 중요성이 커지는 데 비해 각 기업의 공시는 부실한 수준이다. 배출권 할당량 상위 30개 기업 중 일반기업회계기준(K-GAAP)이 요구하는 주석 사항을 모두 공시한 회사는 6곳에 그쳤다. 9곳은 주석 요구사항을 전혀 기재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배출권 관련 재무공시를 분석한 결과 기업 간 수준 차이가 크고 내용의 일관성도 없어 정보 유용성이 부족했다”며 “주석공시 모범사례를 기업에 안내하고 관련 내용을 충실하게 공시하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라고 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