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메르켈, 美 보란 듯 ‘케미’ 통화

입력 2021-04-09 04:06
2018년 방중 당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메르켈 독일 총리. EPA연합뉴스

중국과 유럽연합(EU)이 최근 신장 인권문제를 놓고 충돌했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여전히 훈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시 주석이 “중국의 발전은 EU에 기회”라고 하자 메르켈 총리는 “유럽과 중국의 협력 강화를 위해 독일이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8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메르켈 총리와 전화통화를 갖고 “중국은 스스로의 역량으로 발전하면서 대외 개방을 견지하는 새로운 발전 경로를 구축하고 있다”며 “중국은 독일을 포함한 각국 기업과 새로운 성장 기회를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어 “중국의 발전은 EU에 기회인 만큼 EU가 독립적으로 정확한 판단을 내려 전략적 자율을 실현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반중 노선에 동참하지 말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인권을 연결고리 삼아 동맹과 함께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이 현실로 나타난 게 지난달 미국, 영국, 캐나다, EU가 동시다발적으로 신장위구르자치구 인권침해와 관련된 중국 인사를 제재한 일이다. 중국은 각국에 즉각 보복제재를 취했다. 이러한 경색된 분위기 속에서 중국과 EU의 리더격인 독일 정상이 협력 강화를 다짐한 것이다. 중국은 지난 5년간 독일의 최대 교역국이었다. 두 나라는 내년 수교 50주년을 앞두고 있다. 시 주석과 메르켈 총리는 개인적 친분도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메르켈 총리는 유럽이 대외 관계에서 자주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호응했다. 그는 “유럽과 중국의 협력 강화는 쌍방에 이익일 뿐 아니라 전 세계에도 도움이 된다”며 “독일은 이를 위해 적극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독일은 중국의 14차 5개년 경제개발 계획(14·5계획)을 중시한다”며 “이는 독일과 중국, 유럽과 중국 간 합작에 중요한 기회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올해가 마지막 임기인 메르켈 총리는 “양국 정부가 협의해 가능한 한 빨리 인적 왕래를 재개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