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당초 약속대로 당직을 떠나며 “국민의 승리를 자신들의 승리로 착각하지 말라”는 고언을 남겼다. 그는 “지난 1년간 국민의힘은 근본적 혁신과 변화를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아직 부족한 점투성이”라며 “개혁의 고삐를 늦추면 다시 사분오열하고 정권교체와 민생회복을 이룩할 천재일우의 기회는 소멸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의 지적처럼 이번 재보궐선거 결과는 여권의 오만과 무능에 대한 국민의 강력한 질책이었다. 과반 의석에 도취해 국정을 독주하고 내로남불의 독선에 빠진 여당에 대한 심판이지 제1야당이 잘해서 얻은 성과가 아니다.
국민의힘은 착각에 빠져 쇄신의 초심을 잃어서는 안 되며, 오히려 뼈를 깎는 혁신의 길을 더 채찍질해야 마땅하다. 케케묵은 보수 이념을 근본적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하고 정당 조직과 운영도 과감하게 일신해야 한다. 낡은 이념 정치를 버리고 민생 정치를 실현하기 위한 비전과 실력을 가다듬어야 수권 정당으로서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다. 민생을 위해 옳은 방향이라면 진보 정당과도 기꺼이 협조하는 유연함도 필요하다. 기득권을 지키려 당 외곽의 인사들을 배척해서 안 되며 큰 텐트를 만들어 유능한 새 인물을 영입하며 외연을 넓혀 나가야 한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이 재보선 직후 ‘영남 꼰대당’ 탈피와 세대교체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연 것도 이런 문제의식 때문이다.
국민의힘도 재보선 이후 차기 지도체제와 관련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의와 명분을 내팽개치고 사리사욕에 매여 분열과 반목을 일삼는 구태가 분출해서는 안 된다. 권위주의에 찌들고 부정부패에 능수능란한 이미지를 결연히 청산하지 못한다면 국민이 영원히 기회를 부여하지 않을 것이다. 7일 선거 개표 상황실에서 자기 자리가 없다며 당직자에게 폭행과 욕설을 한 송언석 의원 사례는 제1야당 반성문의 진정성에 회의를 갖게 한다. 국민의힘이 명심할 것은 자만에 취하면 언제든 가차없이 국민의 심판을 받는다는 이번 선거 결과가 비단 여당에 국한된 게 아니라는 엄중한 사실이다.
[사설] 제1야당, 이겼다 자만 말고 개혁 더 채찍질해야
입력 2021-04-09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