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와신상담 끝 부활한 오세훈… ‘네거티브’ 이겨낸 박형준

입력 2021-04-08 04:02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7일 서울 여의도 당사 상황실에서 4·7 재보궐선거 지상파 3사 출구조사 결과를 기다리며 통화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10여년 와신상담의 기간을 감내해야 했다.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무산된 책임을 지고 시장직에서 사퇴한 이후 2016년 서울 종로, 지난해 서울 광진을 국회의원에 도전했지만 내리 낙선했다.

오 후보는 7일 압승이 예상되면서 “정말 짧은 시간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시장직을 건 무상급식 주민투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국민의힘 입당 여부에 자신의 시장 출마를 건 ‘조건부 출마 선언’ 등 정치인으로서 유불리를 따지지 않는 선택을 한 바람에 먼 길을 돌아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 후보가 지난 1월 조건부 출마 선언을 내놓았을 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부터 “세상에 그런 출마 선언이 어디 있느냐”는 질책을 들었다. 당 예비경선에선 나경원 전 의원에게 뒤처지며 패색이 짙어갔다. 지난달 4일 나 전 의원을 꺾고 국민의힘 최종 후보로 선출된 오 후보가 “시민들이 지은 죄를 갚으라는 격려와 함께 회초리를 들어주셨다”며 울먹인 모습은 그의 행보가 순탄치 않았음을 보여준다.

난관의 순간마다 오 후보는 중도·무당층을 꾸준히 공략하며 권토중래를 준비했다. 당 조직력을 등에 업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까지 불거지자 오 후보의 기세에 ‘바람’이 붙었다. 문재인정부 부동산 실정 등에 분노한 시민들이 오 후보의 행정 경험과 제1야당의 조직력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22일 실시된 야권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안 대표를 상대로 막판 뒤집기에 성공한 오 후보는 단일 후보가 된 이후에도 기세를 이어갔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내곡동 셀프보상’ 의혹을 집중 부각하며 막판 네거티브 공세를 펼쳤지만 이미 기울어진 대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가 부산 진구 선거사무소에서 지상파 3사 출구조사 결과를 확인한 뒤 당 관계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 역시 여당 발 수많은 네거티브를 뚫어야 했다. 지지율에서 밀린 여당은 ‘엘시티 특혜분양’ ‘국정원 불법사찰 관여’ ‘딸 홍익대 미대 편입 비리’ 의혹 등을 끊임없이 제기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뤄진 박 후보의 압승은 여당발 네거티브 공세가 오히려 역풍을 초래, 정권심판론에 불을 붙인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선거전 초반 가덕도신공항과 경부선 지하화 등 ‘정책 선물보따리’를 풀었음에도, 열세가 이어지자 박 후보 때리기에 집중했다. 특히 ‘엘시티 특혜분양’은 선거 기간 내내 박 후보의 발목을 잡았다. 박 후보의 재혼한 아내가 아들로부터 엘시티 분양권을 사들인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의혹이 이어졌다. 박 후보는 “불법 비리와 특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이 이번 보궐선거의 원인임에도 민주당이 당초 약속과 달리 후보자를 낸 것도 박 후보 압승의 요인으로 꼽힌다. 국민의힘 부산시당위원장인 하태경 의원은 “민주당이 당헌을 바꾸면서까지 후보를 냈기에 심판 분위기가 더욱 강해진 것 같다”며 “민주당은 선거에서도 졌고, 정치에서도 졌다”고 분석했다.

김동우 이상헌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