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10여년 와신상담의 기간을 감내해야 했다.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무산된 책임을 지고 시장직에서 사퇴한 이후 2016년 서울 종로, 지난해 서울 광진을 국회의원에 도전했지만 내리 낙선했다.
오 후보는 7일 압승이 예상되면서 “정말 짧은 시간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시장직을 건 무상급식 주민투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국민의힘 입당 여부에 자신의 시장 출마를 건 ‘조건부 출마 선언’ 등 정치인으로서 유불리를 따지지 않는 선택을 한 바람에 먼 길을 돌아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 후보가 지난 1월 조건부 출마 선언을 내놓았을 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부터 “세상에 그런 출마 선언이 어디 있느냐”는 질책을 들었다. 당 예비경선에선 나경원 전 의원에게 뒤처지며 패색이 짙어갔다. 지난달 4일 나 전 의원을 꺾고 국민의힘 최종 후보로 선출된 오 후보가 “시민들이 지은 죄를 갚으라는 격려와 함께 회초리를 들어주셨다”며 울먹인 모습은 그의 행보가 순탄치 않았음을 보여준다.
난관의 순간마다 오 후보는 중도·무당층을 꾸준히 공략하며 권토중래를 준비했다. 당 조직력을 등에 업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까지 불거지자 오 후보의 기세에 ‘바람’이 붙었다. 문재인정부 부동산 실정 등에 분노한 시민들이 오 후보의 행정 경험과 제1야당의 조직력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22일 실시된 야권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안 대표를 상대로 막판 뒤집기에 성공한 오 후보는 단일 후보가 된 이후에도 기세를 이어갔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내곡동 셀프보상’ 의혹을 집중 부각하며 막판 네거티브 공세를 펼쳤지만 이미 기울어진 대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 역시 여당 발 수많은 네거티브를 뚫어야 했다. 지지율에서 밀린 여당은 ‘엘시티 특혜분양’ ‘국정원 불법사찰 관여’ ‘딸 홍익대 미대 편입 비리’ 의혹 등을 끊임없이 제기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뤄진 박 후보의 압승은 여당발 네거티브 공세가 오히려 역풍을 초래, 정권심판론에 불을 붙인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선거전 초반 가덕도신공항과 경부선 지하화 등 ‘정책 선물보따리’를 풀었음에도, 열세가 이어지자 박 후보 때리기에 집중했다. 특히 ‘엘시티 특혜분양’은 선거 기간 내내 박 후보의 발목을 잡았다. 박 후보의 재혼한 아내가 아들로부터 엘시티 분양권을 사들인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의혹이 이어졌다. 박 후보는 “불법 비리와 특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이 이번 보궐선거의 원인임에도 민주당이 당초 약속과 달리 후보자를 낸 것도 박 후보 압승의 요인으로 꼽힌다. 국민의힘 부산시당위원장인 하태경 의원은 “민주당이 당헌을 바꾸면서까지 후보를 냈기에 심판 분위기가 더욱 강해진 것 같다”며 “민주당은 선거에서도 졌고, 정치에서도 졌다”고 분석했다.
김동우 이상헌 기자 lov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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