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7일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대승을 거두면서 2016년부터 계속된 전국 단위 선거 4연패의 고리를 끊고 정권 교체의 발판을 마련했다. 야권 재편의 주도권을 쥔 국민의힘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당과의 합당,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제3지대 주자들을 아우르는 야권 재편 구상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번 승리는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보다는 현 정부와 여당의 독주를 견제하려는 ‘정권 심판’ 여론에 기댄 것으로 야당으로선 ‘어부지리’ 격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향후 국민의힘이 중도층 외연 확장 및 당 혁신 작업으로 ‘대안 정당’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7일 오후 10시30분 기준 개표 결과, 국민의힘은 서울과 부산에서 모두 두 자릿수의 득표율 격차를 벌렸다. 이로써 야권은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와 2020년 총선 등 전국 단위 선거 4연패 고리를 끊어내는 전환점을 마련했다.
국민의힘은 내년 대선이 채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제1야당 중심의 ‘야권 빅텐트’ 논의에 탄력을 받게 됐다. 국민의힘이 범야권 통합의 플랫폼 역할을 하면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윤 전 총장과의 화학적 결합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국민의당과의 통합 이후 윤 전 총장 등과의 범야권 통합으로 가는 단계별 시나리오도 거론되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공언한대로 8일 비대위 회의를 마친 뒤 퇴임하지만 당 외부에서 ‘킹메이커’ 역할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중도층 외연 확장과 혁신 작업을 지속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민의힘 자체 역량으로 보선에서 승리한 게 아니라 문재인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사태, 여권 고위인사들의 ‘내로남불’ 행태 등으로 반사이익을 얻은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선거는 저희가 잘해서 국민들이 지지한 게 아니라 현 정부의 무너진 실정에 국민이 회초리를 든 것”이라며 “이겼다고 방심하는 순간 우리가 국민들에게 심판의 회초리를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대선까지 남은 1년은 민주당과의 싸움이 아닌 우리 스스로의 싸움이 될 것”이라며 “우리가 뼈를 깎는 혁신을 통해 국민과 더 단단하게 결합할 수 있는지 우리 스스로 치열한 싸움을 벌여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