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야당이 전국 규모 선거 4연패의 사슬을 끊고 10년 만에 서울을 탈환했다. 부산도 3년 만에 되찾았다. 부동산 정책을 비롯한 거대 여당의 일방적인 독주에 분노한 민심이 야당의 손을 들어줬다. 20대 대선을 11개월 앞둔 여야의 정치 지형은 급격한 지각 변동을 겪을 전망이다. 문재인정부의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 가속화는 당분간 불가피해 보인다.
7일 오후 11시30분 기준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55.7%를 얻어 41.3%에 그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14.4% 포인트 차로 앞섰다. 부산시장 선거에선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가 63.0%를 얻어 김영춘 민주당 후보(34.2%)를 28.8% 포인트 차로 눌렀다. 이로써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중 대구와 경북, 제주 3곳만 차지하고 있던 국민의힘은 정권 교체의 교두보인 서울과 부산을 포함한 5곳을 확보하게 됐다.
오 후보는 ‘강남 3구’ 지역에서 상당한 득표율을 올리면서 초반부터 확실한 승기를 잡았다. 민주당은 강한 지지세를 보였던 강북 지역에서도 기대치에 훨씬 못 미친 득표율을 보이면서 이변을 연출하지 못했다.
이날 KBS MBC SBS 지상파 3사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진보 성향을 보였던 20~30대 청년층 표심이 오 후보로 쏠리면서 승패가 갈렸다. 오 후보는 “1년 전 쓰라렸던 패배를 가슴에 새기고 대한민국의 역사를 새로 쓴다는 사명감”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일찌감치 당선이 확실시된 박형준 후보는 “국정을 대전환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번 선거 결과는 부동산 문제를 비롯한 문재인정부 4년간 정책에 대한 민심의 누적된 평가가 그대로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막판 읍소 전략을 폈지만 역부족이었다. 야권 관계자는 “전임 지방자치단체장의 성비위에 대한 사죄도 없이 당헌·당규를 고쳐 후보를 낸 오만한 여권에 대한 심판론이 크게 작동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여야는 차기 대선 준비 체제로 전환될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21대 총선 참패로 최악의 위기를 맞은 이후 확실한 반전의 기회를 잡게 됐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포함하는 야권의 세력 확대를 시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민주당은 집권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양강 구도를 형성했던 여권의 대권 구도 역시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친문(친문재인) 주류가 이끌었던 민주당은 고강도 쇄신 압박에 내몰렸다. 민주당은 이날 밤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지도부 총사퇴 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김경택 이상헌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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