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리딩방에서 불법이 횡행하고 피해자들이 억울함을 외치지만 업체를 제때 적발하고 처벌할 마땅한 규정은 없다. 규제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주된 배경에 신고제가 있다. 대다수 리딩방 업체들이 소비자에게 투자자문을 해 주는 금융회사처럼 인식되는 것과 달리 법적으로는 신고제 적용 대상인 유사투자자문업에 묶여 있다.
투자자문업에 적용되는 등록제와 비교하면 신고제 규제 기준은 느슨하다. 자본시장법 101조에 따르면 유사투자자문업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금융감독원이 만든 신고서 양식을 채우고 사업자등록증 같은 기본 서류를 갖춰 제출하기만 하면 된다. 설립부터 영업방식까지, 하나하나 까다로운 규제에 따라야 하는 등록제와 다르다. 리딩방 피해자들이 소비자원과 금감원을 찾아 도움을 구하지만 기관으로부터 “법적 권한이 없다”는 답변을 되풀이해서 들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금융 당국은 유사투자자문업을 신고하도록 한 것이 애초에 제도 밖에서 시장을 어지럽히거나 투자자를 현혹하는 집단을 제도권 안으로 양성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일반 금융업 수준의 규제와 잣대를 들이밀 경우 오히려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대부분 유사투자자문 업체들이 신고한 것을 ‘등록한 것’처럼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감원에 제출한 신고서를 들이밀며 “금융 당국에 정식 등록된 업체”라고 하는 식이다. 실제 피해자들은 “금감원에 등록된 합법적인 업체”라는 설명에 안심한 경우가 많다. 문제가 생길 시 정부 기관을 통해 해결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금융 당국과 수사 당국이 더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법의 울타리를 넓혀주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자본시장법을 연구해온 성희활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신고제 때문에 보통 금융업자들에게 적용되는 기본적인 규제조차 할 수 없게 돼 있다”며 “가장 시급한 과제는 신고제라는 틀을 깨는 것”이라고 말했다. 1997년 유사투자자문업이 신설된 것은 신고제를 통해 지하에서 시장을 어지럽히고 투자자를 현혹하는 단체들을 양성화하자는 취지였다. 그런 만큼 일각에서는 다시 정식 금융업자 수준으로 강력히 규제할 경우 단체들이 음성화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성 교수는 “투자자문업과 똑같은 수준의 등록제를 적용하기보다 일정 부분 완화된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성 교수는 “리딩방 문제를 계속 방치해서 유사투자자문업의 규모가 커지다 보면 업체들이 주식시장의 시세를 좌지우지하고, 개인투자자들은 자기도 모르는 새 주가 조작의 공범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신고제를 도입해 상위 20~30%를 추리고 그들을 대상으로 엄격한 단속을 선언해 ‘시그널 이펙트’를 줄 수 있어야 일반 투자자들도 리딩방의 위험성을 각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주린이 울리는 리딩방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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