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삶과 앎의 조화

입력 2021-04-09 17:51

로마서는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로마서 1장에서 11장까지는 전반부, 12장부터 16장까지는 후반부입니다. 전반부는 교리를, 후반부는 삶과 윤리를 다룹니다. 로마서 전반부는 우리가 믿어야 할 것을 다루고, 후반부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언급합니다.

중요한 건 균형입니다. 우리가 믿어야 할 것과 행동해야 할 것 사이에 치우치지 않는 것, 그게 성숙한 신앙인의 모습입니다. 오늘 본문은 로마서 후반부를 시작하는 말씀입니다. ‘그러므로’ 접속사가 제일 먼저 나옵니다.

접속사 ‘그러므로’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전반부에서 열거됐던 하나님의 구원 역사, 그러니까 하나님께서 우리를 구원해 주시기 위해 행하셨던 모든 일을 기억한다면 ‘그러므로’ 너희들도 하나님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이 있음을 기억하라, 이런 차원에서의 ‘그러므로’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위해 행하신 일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반응할지 연결하는 가교 역할입니다.

로마서 전반부에 갇혀 있는 신앙인은 머리와 이론으로, 논리로 갇혀 있는 사람들입니다. 로마서 후반부만 강조하면 그것 역시 남의 장례식 가서 실컷 울고 ‘근데 누가 죽었나요’ 묻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말씀을 묵상하면 부끄러워집니다. 저는 모태 신앙인인데 엄격한 보수 교단에서 성장했습니다. 주일날 돈 쓰면 안 되고 공부도 안 하고, 주일날 교회에서 사는 게 중요했습니다. 40분 거리를 버스 타지 않고 걸어서 교회에 가고, 밖에서 식사도 못 하면서 배가 고파 예배에 집중하지 못했습니다. 그때는 철없고 어릴 때이다 보니, 그런 행위 속에 내포된 ‘은혜에 대한 감격’이 없이 교회가 시키니 기계적으로 행하던 주일 성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마음에 기쁨이 없었고, 남들에 대한 정죄가 많았습니다.

이제야 깨닫습니다. 로마서 1~11장까지의 전반부에서 열거되는 ‘하나님 은혜’에 대한 감격 없이 행하는 모든 행위는 다 자기만족을 위한 ‘형식적인 종교 행위’에 불과하다는 것을. 삶의 균형을 가진 어른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신앙에 로마서 12장의 ‘그러므로’ 사다리가 꼭 있어야 합니다.

교육 전문가 토니 와그너는 “세상은 당신이 무엇을 알고 있는지 관심이 없다. 오로지 당신이 아는 것으로 뭘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로마서 전반부를 통해 하나님이 우리에게 행하신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면, 이제 앎이 삶으로 연결돼야 합니다. ‘그러므로’라는 사다리를 타고 넘어가야 합니다. 그래야 비아냥 당하지 않습니다. 목회자와 성도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본문에서는 또 하나, 하나님의 자비하심에 힘입은 삶과 예배를 강조합니다. 자비하심은 헬라어로 복수 표기돼 있습니다. 왜 복수 형태이냐면 하나님의 자비하심이 우리 삶 모든 영역에 관통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오래전 부산에서 부흥회를 인도했습니다. 새벽기도를 마치고 공원에서 산책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쌀쌀한 날씨에 코트를 입어야 했습니다. 저는 복부비만이 있어서 코트를 입는 겨울철이 좋습니다. 두꺼운 옷으로 배를 감추고 걷는데, 제 모습에 대한 깨달음이 왔습니다. 큰 코트로 몸을 감추고 대형교회 목사라는 코트로 감추기 급급하다는 거였습니다. 하나님의 자비하심으로 십자가 은혜로 코트를 입고 몸을 가리고 사는 겁니다. 새벽에 걸으며 눈물이 나왔습니다. 나의 작음을 알고 그분의 크심을 알고 더 깊은 길로 나아가길 소망한다는 눈물의 기도를 했습니다. 로마서 12장이 우리 삶에 실제로 나타나는 축복이 있기를 기도합니다.



이찬수 분당우리교회 목사

◇분당우리교회는 1만 성도 파송을 통해 스스로 교회 규모를 줄이는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찬수 목사는 지난달 1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에서 열린 크리스천리더스포럼에서 이 설교를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