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초고가 아파트를 겨냥해 연이어 규제를 강화했지만 서울 고가 아파트 가격은 오히려 계속 올라 1년 만에 평균 2억5000만원 넘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시장은 지난해부터 고가 아파트 한 채만 보유하는 이른바 ‘똘똘한 한 채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강남권 아파트 재건축 추진에 대한 기대감도 더해져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상황이다.
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LG한강자이 202.32㎡는 지난달 10일 37억5000만원(16층)에 신고가로 거래됐다. 지난해 12월 거래된 28억9000만원(3층)보다 7억6000만원 올랐다. 성동구 갤러리아포레 241.93㎡도 지난달 8일 59억5000만원(31층)에 거래돼 신고가를 기록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대형 아파트 신고가 행진은 똘똘한 한 채 현상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정부는 2019년 12·16 부동산대책 등을 통해 다주택자 대상 규제를 강화했다. 중·고가 아파트 여러 채를 보유하던 집주인들이 세금 경감을 위해 조건이 좋은 초고가 아파트 한 채로 갈아타면서 고가 아파트 가격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똘똘한 한 채가 밀집한 지역은 강남권이다. 서초구에서는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198.22㎡가 지난달 4일 48억5000만원(16층)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지난 1월 45억8000만원(9층)에 매매된 뒤 두 달 만에 2억7000만원 올랐다. 반포동 반포자이 216.49㎡는 지난달 13일 44억9500만원(23층)에, 반포힐스테이트 155.38㎡는 지난달 2일 38억3000만원(9층)에 각각 신고가로 거래됐다.
여기에 지난해 말부터 재건축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대형 재건축 아파트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 7차 전용 245㎡(공급 면적 264㎡·80평)는 지난 5일 압구정 일대 재건축단지 역대 최고가인 80억원에 거래됐다. 평당 1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10월 동일한 주택형이 67억원에 거래됐는데 6개월 만에 13억원이 뛰었다.
실제로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대형 아파트(전용면적 135㎡·41평 초과) 평균 매매가는 22억1106만원으로 집계돼 처음으로 22억원을 넘었다. 이는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6년 1월 이후 최고가였다. 1년 전과 비교하면 2억5893만원 올랐고, 2년 전보다 4억125만원 뛰었다.
대형 아파트 평균 가격은 강남 지역(한강 이남 11개구)이 강북 지역(한강 이북 14개구)보다 높았다. 지난달 강남 지역 대형 아파트 평균 가격은 23억8689만원으로 강북 지역(16억5565만원)보다 7억원 비쌌다. 반면 소형 아파트(40㎡ 미만)는 강북이 5억1207만원으로 강남(4억6316만원)보다 비쌌다. 강북 지역 소형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해 5월 강남을 추월한 뒤 격차를 벌리고 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