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0대 대통령선거를 1년 앞둔 정치지형을 결정지을 재보궐선거가 7일 치러진다. 국민의 준엄한 선택에 의한 선거 결과에 따라 여야 주류 정치세력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하다. 특히 여야 지도부 교체가 이뤄지는 시점과 맞물려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결과에 따라 대선 주자 중심으로의 당 구조 재편과 함께 대선을 앞둔 민심 향배를 가늠할 이벤트다.
문재인정부 임기 마지막 해에 치러지는 이번 선거에서 서울과 부산 제1·2 도시를 석권하는 쪽은 향후 국정 주도권을 틀어쥐게 된다. 핵심은 역시 서울시장이다. 서울시장은 2030세대의 취업 문제, 3040세대의 부동산 문제, 50대 이상의 노인정책 등 주요 국정 현안에서 모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자 야권 텃밭인 부산시장을 누가 가져가는지에 따라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위한 여야의 정치 셈법이 달라지게 된다. 여권 관계자는 6일 “서울·부산 표심은 차기 대선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라며 “여권은 어떻게든 격차를 줄여야 하고, 야권은 압도적으로 승리해야 정국을 유리하게 끌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공표금지 전까지 현격한 우세를 보였던 국민의힘이 두 곳을 모두 가져간다면 문 대통령은 조기 레임덕이 불가피하다. 제3지대를 모색했던 야권은 국민의힘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두 자릿수 득표율 격차로 승리할 경우 국민의힘은 정권교체의 구심점이 돼 세력 확장을 시도할 예정이다. 당내 대선 주자가 희박한 상황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결합에 성공한다면 정권교체를 타진할 수 있는 위치로 올라서게 된다. 지난해 21대 총선에서 ‘180대 103’으로 완패한 이후 1년 만에 보수를 쇄신하고 양당 구조 재정립에 성공하는 과실을 거머쥐는 셈이다.
반면 국민의힘이 근소한 격차로 승리할 경우 국민의힘 간판으로 내년 정권교체가 어렵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릴 수 있다. 제3지대가 다시 호출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두 곳 모두 패할 경우 당이 최대 위기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득표율 격차를 좁히는 게 현실적인 목표다. 나아가 한 곳이라도 승리한다면 최근 지지율 하락세 속에서도 정권 재창출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두 곳을 모두 내준다면 당 주류에 대한 쇄신 및 세대교체 목소리가 분출할 전망이다. 당장 전당대회와 원내대표선거가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친문(친문재인) 세력에 대한 견제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당내 대선 주자 1위인 이재명 경기지사의 역할도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어게인 2016년’을 기대하고 있다. 2016년 20대 총선 당시 서울 종로구에서 여론조사 내내 오 후보에게 10% 포인트 이상 뒤졌던 정세균 후보가 대역전승을 거둔 바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어려운 선거는 맞지만 희망은 있다. 2016년에도 현장 분위기는 지금처럼 매우 좋았다”고 전했다.
강준구 백상진 이현우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