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들쭉날쭉 공시가격, 명확한 산정 근거 내놔야

입력 2021-04-07 04:01
정부가 지난해보다 평균 19% 넘게 오른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을 공개한 뒤 주택 소유자와 지방자치단체의 반발이 크게 일었다. 5일 마감된 의견 제출(이의 신청)은 역대 가장 많았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에다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등 63개 분야의 행정지표로 활용되는 공시가격이 갑자기 큰 폭으로 올랐으니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 국토교통부는 이의 신청 내용을 검토한 뒤 오는 29일 공시가격을 결정, 공시한다. 이날 공시가격 산정의 근거가 되는 기초자료도 처음 공개할 예정이다. 모두가 납득할 수 있도록 산정 근거가 명확하고 충실하게 제시될지 주목된다.

지난달 공시가격안 공개 이후 산정 기준이 불분명해 가격이 들쭉날쭉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일례로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선 같은 층 같은 면적인 두 가구의 공시가격이 다르게 매겨져 한 집만 종부세 부과 대상(9억원 이상)이 됐다. 조은희 서울 서초구청장과 원희룡 제주지사는 그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관내 공시가격에 대한 자체 검증 결과를 발표했다. 공시가격이 거래가보다 높은 사례, 같은 아파트에서 어느 라인은 공시가격이 올랐는데 다른 라인은 떨어진 사례, 임대아파트 공시가격이 분양아파트를 추월한 사례 등이 제시됐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며 서초구와 제주도 모두 공시가격이 적정하게 산정됐다고 주장했다. 같은 아파트라도 면적이나 층, 향, 실거래가 추이 등에 따라 공시가격 변동률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또 공시가격은 전년 말 기준의 적정 시세를 토대로 산정하지, 특정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산정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너무 높거나 낮은 실거래가 말고 적정한 시세가 기준이라는 얘기다. 조 구청장은 지난해 10월 12억6000만원에 거래된 서초구 한 아파트(80.52㎡)의 경우 공시가격이 15억3800만원으로 실거래가보다 높다고 지적했지만, 국토부는 주변 다른 아파트 거래가(18억~22억원)가 적정 시세라며 공시가격이 거래가보다 높지 않다고 반박했다. 다른 사례에서도 무엇이 ‘적정’ 시세냐를 놓고 이견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많은 국민을 납득시키지 못하면 조세 저항을 부를 수 있다. 지난해 시범 공개된 세종시 공시가격 산정 기초자료처럼 “여러 요인과 가격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참작해 산정했다”는 식으로 두루뭉술하게 산정 근거를 내놓으면 곤란할 것이다. 누구나 납득할 만한 충실한 자료를 정부가 제시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