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 돈줄’ 논란… 포스코계열사 “20년간 무관” 억울

입력 2021-04-07 00:04
시민·청년단체들이 지난 2월 22일 강남구 포스코센터 앞에서 미얀마 군부와의 관계 청산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이날 집회를 개최한 세계시민선언과 청년기후긴급행동, 서울녹색당은 “포스코는 미얀마 민주주의를 짓밟는 군부와 결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포스코가 합작 투자 사업을 통해 미얀마 군부 정권에 자금을 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등 논란이 커지자 강판 사업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얀마 국영 가스공사와 진행 중인 가스전 사업은 문제가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6일 포스코에 따르면 문제가 된 계열사 사업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의 가스전 사업과 포스코강판의 컬러강판 생산 사업이다. 컬러강판 사업은 포스코강판이 지분 70%를 출자해 설립한 ‘미얀마 포스코C&C’가 사업 주체고, 이 회사의 주요 주주(지분 30% 보유)가 미얀마 군부 정권이 운영 중인 MEHL(미얀마이코노믹홀딩스)이다. MEHL은 미국의 제재 대상 4곳에 포함된다.

논란이 커지자 포스코강판은 MEHL와의 사업 관계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2017년 미얀마군의 로힝야 무슬림 탄압 사건 이후 MEHL에 배당을 중단했으며 쿠데타 이후 사업 관계도 재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국내외 여론 영향으로 MEHL과의 관계는 청산하는 방향으로 정해졌고 손해를 덜 보는 철수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가스전 사업이 군부 정권과 연결되는 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미얀마 가스전의 지분 51%를 갖고 있고, 미얀마 국영 가스회사(MOGE)가 지분 15%를 지니고 있다. 회사는 “미얀마 가스전은 지난 20년간 정권과 관계없이 추진해 온 사업”이라며 “수익은 계약에 따라 미얀마 정부와 가스전 컨소시엄사에만 분배된다”고 했다.

시민단체 등은 MOGE와 같은 국영 기업들이 불투명한 회계를 통해 군부 정권으로 돈을 조달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미얀마 사회운동단체 ‘미얀마를 위한 정의(JFM)’는 지난 2월 보고서를 내고 프랑스의 토탈과 미국의 셰브론, 한국의 포스코,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 등 외국 자본으로 이뤄진 천연가스 프로젝트가 미얀마 군부 정권의 자금 출처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 사이에서도 포스코의 가스전 사업 철수 여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오철 상명대 글로벌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이 미얀마 등 개발국가에 진출하려면 국가 특성상 현지 정부와 합작 투자할 수밖에 없다”며 “포스코가 철수해야 한다는 논리라면 모든 기업이 미얀마에 대한 수출을 중지해야 한다. 그러면 미얀마 국민이나 기업 직원들의 피해가 훨씬 클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기업의 ESG(환경·사회적 투자·지배구조) 경영 관점에서 군부 정권과의 연관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업은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