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은 금융사 직원이 고객에게 요약설명서만 읽어도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상 설명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보기로 하고 ‘면책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6일 “금융사 창구직원이 금융상품을 가입하려는 고객에게 핵심설명서 또는 요약설명서 위주로 충분히 설명하면 면책시켜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해당 설명서에 담겨야 할 부분을 가이드라인으로 내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는 약관 문구를 전부 읽을 필요 없이 중요 내용만 발췌해 안내하면 설명의무를 충족한 것으로 보겠다는 얘기다. 지난달 25일 금소법 시행 이후 금융사 영업점 직원들은 상품 판매 과정에서 불완전판매 분쟁 소지를 차단하기 위해 고객에게 설명서 내용을 모두 읽어주고 있다. 이 때문에 업무처리 시간이 폭증하면서 창구직원과 소비자 양측 모두 불편을 호소하자 당국 차원에서 선을 그어주기로 한 것이다.
금융위는 요약설명서에 담겨야 할 내용을 정해 금융권에 전달해 각사가 상품별로 지침에 맞춘 설명서를 만들어 활용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상품에 따라 원금 손실 가능성, 환매 및 해약 시 수수료 등을 고객에게 반드시 설명해야 할 내용으로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요약설명서에 담기지 않은 나머지 내용은 안내를 원하는 고객에게만 추가로 설명하면 된다. 현재 금소법도 고객이 원치 않는 설명은 건너뛸 수 있도록 했지만 생략 가능한 내용과 꼭 설명해야 할 내용이 명확히 규정되지 않아 금융사 직원이 임의로 판단할 수 없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설명의무 등 판매원칙 불이행 시) 패널티(제재)가 있다 보니 업계가 과민반응을 보이는데 그런 원칙을 안 지킨 탓에 사모펀드 사태 등이 벌어진 만큼 불편해도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그렇다고 우리가 설명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는 걸 원하는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생명보험협회에서 보험업권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보험대리점, 보험설계사 등에 대한 보험사 책임이 강화되는 만큼 영업채널 관리시스템 전반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금소법은 보험사가 내부통제기준에 따라 관리해야 하는 대상에 대리중개업자를 포함했다. 보험대리점과 보험설계사가 상품을 광고하기 전 보험사가 미리 확인할 의무도 부여됐다.
은 위원장은 “다음 주부터 금소법 시행상황반을 본격 가동한다”며 “광고심의, 핵심설명서, 표준내부통제기준 등 분야별로 금융당국과 업계 공동으로 전담팀을 꾸려 속도감 있게 마련해 신속하게 공유·전파하겠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