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 찾아간 부산 해운대 ‘레드캣탐정사무소’. 김봉주(40) 대표탐정은 손에서 휴대전화를 놓지 않았다. 정확히는 놓아둘 새가 없었다. 전화는 끊임없이 울렸고 대부분 의뢰인이 거는 거였다. 김 탐정은 “항상 스마트폰을 5대 갖고 다녀요. 인터넷에 올린 광고문구가 ‘24시간 통화됩니다’이거든요”라고 했다. 레드캣 홈페이지에 안내된 주요 업무는 ‘미아·실종자·가출자 찾기/ 이혼소송 유책증거 수집/ 산업스파이 조사/ 공인·개인 경호/ 보험사기 조사/ 고의 교통사고 조사/ 도청·몰카 탐지’ 등이다.
이런 일은 정해진 근무시간이 없다. 증거 수집에 밤낮이 따로 없고, 사람을 찾으려면 며칠씩 잠복해야 한다. 운 좋게 하루 쉬는 날에도 의뢰인들은 어김없이 그를 찾는다. 여성 탐정인 그는 ‘악바리 근성’을 무기 삼아 업계에서 버텨왔다. 잠복하다 배가 고파 뭘 먹거나 화장실에 갔는데 ‘타깃’이 움직여 낭패를 본 경험이 있다. 잠깐의 방심이 고생을 수포로 만든다는 생각, 탐정은 노력한 만큼 결실을 얻는다는 믿음을 갖고 일한다고 했다.
레드캣에 들어오는 의뢰는 주로 사람을 찾는 일이다. 실종된 치매 부모, 달아난 외국인 노동자, 해외로 입양된 형제를 찾아 달라는 식의 다양한 사연이 접수된다. 강력범죄에 치중할 수 밖에 없는 경찰의 빈자리를 누군가 메워야 하기에 실종 사건은 국내 탐정의 대표적 활동영역으로 자리 잡았다.
국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유일하게 탐정 제도가 없었던 한국은 지난해 8월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시행되며 합법적 활동이 가능해졌다. PIA한국탐정협회 강정석 총괄이사는 “지금은 누구든 신고만 하면 탐정사무소를 열 수 있다. 흥신소나 심부름센터가 탐정 간판을 달고 불법행위를 할 개연성이 있다. ‘국가 면허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사진·글 최종학 선임기자 choijh@kmib.co.kr
[앵글 속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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