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판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범죄 사건을 수사만 한 후 ‘전건 송치’토록 하는 내용의 사건사무규칙 안(案)을 추진 중인 가운데 대검찰청이 반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은 지난달 공수처의 사건사무규칙 제정안과 관련해 공수처 측에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 대검은 공수처가 이첩한 사건이라면 공수처 내부 규칙 만으로 기소권을 확보할 수 없다는 취지의 의견을 냈다고 한다.
앞서 공수처는 고위공직자 사건에 대해 전속적 관할권을 갖는다는 의미가 담긴 사건사무규칙을 마련해 검·경 등 관계기관을 상대로 의견을 수렴했다. 이 규칙에는 경찰 등 사법경찰관은 해당 사건을 수사한 뒤 전건을 공수처로 송치해야 하고, 영장을 신청할 때에는 검찰이 아닌 공수처 소속 검사를 통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고소·고발 사건을 포함해 공수처가 갖는 사건 일체를 ‘인지통보 대상사건’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검찰이 반대 입장을 표한 것을 두고 법조계에선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수처가 추진 중인 규칙이 상위법인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범위를 벗어난다는 지적이 제기됐었기 때문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일단 이첩이 이뤄지면 검찰은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에서 부여한 권한에 따라 수사·기소 등을 진행하면 된다”며 “공수처가 추진 중인 안은 규칙을 갖고 상위 법령을 제한하는 꼴”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공수처와 검·경이 지난달 29일 첫 실무협의회를 여는 등 협의 과정을 진행 중인 만큼 입장 차가 좁혀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앞서 공수처는 “효율적인 수사권 배분을 위해 기관 간 협의가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법조계는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으로 기소된 이규원 검사의 재판에 주목하는 모양새다. 검찰과 공수처는 이 검사의 기소 여부를 두고 갈등을 겪어왔다. 공수처는 수사 후 사건을 송치해 달라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재이첩한 사건을 다시 넘길 법률상 근거가 없다고 반발했다. 이후 수원지검은 지난 1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허위공문서작성 등의 혐의로 이 검사와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 본부장을 기소했다. 대법원은 최근 공수처의 주장과 관련해 “담당 재판부가 법률을 해석·적용해 판단할 사항”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법원의 판단에 따라 양측의 갈등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될 전망이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