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상품 불완전판매를 차단한다며 설명의무를 강조해온 금융 당국 수장이 금융사 창구직원들의 상품 구두설명과 분쟁 대비용 녹취를 ‘소비자의 선택권 제한’이라고 비판했다. 업계는 “상품 설명을 하라는 거냐, 말라는 거냐”며 불만이 누적되는 분위기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5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투자협회에서 금융투자업계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제재에 대한 불안감으로 설명서를 빠짐없이 읽고 모든 절차를 녹취하면서 판매시간이 늘어나 ‘영혼 없는 설명’ ‘소비자의 선택권 제한’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며 “불편과 혼란에 대해 다시 한 번 유감의 마음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 자리는 지난달 25일 시행된 금융소비자보호법의 안착 방안을 논의한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은 위원장은 “상품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이해 없이 시간에 쫓겨 금융상품을 선택하는 것이야말로 소비자 선택권을 사실상 사장시키는 것”이라며 “향후 분쟁에 대한 부담으로 모든 사항을 기계적으로 설명하고 녹취하는 책임 회피성 행태 또한 금소법 취지와 맞지 않다”고 했다.
금융사는 향후 고객이 불완전판매를 주장했을 때 판매자가 입증 책임을 지는 만큼 분쟁 대비 차원에서 상품 설명을 비롯한 판매 과정을 녹취하고 있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설명을 건너뛰면 결국 불완전판매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며 “녹취는 판매 전 과정을 자동으로 남기는 방식이라 이를 특정 부분만 끊어서 하기가 더 어렵다”고 말했다.
은 위원장은 “지난달 말부터 금융위·금융감독원·금투협회 간 협업체계를 구축해 금소법과 관련한 현장의 애로사항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마치 정부는 잘하고 있는데 업계가 제대로 대응을 못해 혼란이 벌어졌다는 투라는 평가다.
그러면서도 “접수된 질의는 5일 안에 회신하고 주요사항·FAQ(자주 묻는 질문) 등은 금융위·금감원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공개하겠다”며 업계와 당국 간 ‘불통’에 대한 보완책을 내놨다. 은 위원장은 “업계 혼란이 예상되는 사항은 선제적으로 설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