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단건 배달’ 선전포고… 배민 ‘번쩍 배달’ 배수진

입력 2021-04-06 04:04
쿠팡이츠가 단건 배달로 서울 강남권에서 배달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높여가고 있다. 사진은 쿠팡이츠 라이더. 쿠팡 제공

최근 배달시장 최대 이슈는 ‘단건 배달’이다. 로켓배송으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 판도를 바꾼 쿠팡이 강력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단건 배달이라는 물량 공세를 펼치면서다. 쿠팡이츠는 빠른 배달이라는 결정적인 한방을 앞세워 시장 장악력을 넓혀가고 있지만 곳곳에서 불만도 터져나오고 있다.

5일 배달앱 업계에 따르면 쿠팡이츠가 단건 배달이라는 강점으로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지역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높여가고 있다. 업계에선 이대로라면 쿠팡이츠가 조만간 서울 강남 3구에서 1위 기업인 배달의민족을 추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츠가 엄청난 자본으로 라이더들을 상대로 한 프로모션 등을 펼치면서 빠르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고 말했다.

쿠팡이츠가 치고 나가자 배민, 요기요 등도 빠른 배달 서비스를 강화하고 나섰다. 배민은 배민라이더스를 통해 45분 이내 배송을 약속하는 ‘번쩍 배달’을, 요기요는 ‘요기요 익스프레스’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쿠팡이츠의 단건 배달에 대해 입점 업체들은 배달 서비스 품질 저하를 호소하고 있다. 단건 배달을 하려면 라이더 수를 많이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아르바이트 라이더들이 대거 투입된다. 도보나 킥보드로도 배달이 가능하다. 전문 라이더가 아니다보니 길을 못 찾거나 보온·보냉백을 갖추지 않아 음식 질을 떨어뜨리는 경우도 적잖다.

서울 송파구에서 보쌈집을 운영하는 김모(46)씨는 “쿠팡이츠 라이더가 보온백도 없이 슬리퍼 신고 자전거 타고 왔더라”며 “음식 다 식겠다고 걱정하니까 ‘금방 가면 되지 않느냐’며 화를 내서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배달 일이 낯선 라이더가 길거리에서 헤매다가 배달 지연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서울 강동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시원한 음료를 시켰는데 얼음이 다 녹아서 왔다는 컴플레인을 받은 적이 있다”며 “라이더가 길을 몰라서 생긴 일인데 배상은 내가 해야 했다”고 말했다.

전문 라이더들도 사이에서는 처우 불만이 쌓이고 있다. 최근 기본 배달비를 600원 깎은 것에 대한 불만 뿐 아니라 보험 문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배민이나 요기요는 배달 대행 업체에도 라이더 안전을 위한 책임보험 등을 들도록 하고 있는데 쿠팡이츠만 이를 외면하고 있다.

배달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배달 시장은 배달 플랫폼, 입점업체, 라이더, 소비자가 서로 이해 관계를 조금씩 달리 하면서 복잡하게 얽혀있는 곳”이라며 “모두를 똑같이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소비자의 이익만 내세우는 방식이 바람직한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