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26년 만에 모바일 사업을 접기로 했다. 오는 7월 31일부터 휴대전화 생산과 판매를 종료한다. 2015년 2분기부터 2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누적 적자가 5조원에 달하자 결국 사업 철수를 결정한 것이다. 한국 대표 기업 중 하나인 LG전자가 스마트폰이라는 글로벌 핵심 산업 격전장에서 패퇴한 것은 분명 안타까운 일이다. 다만 이런 뼈아픈 실패로부터 교훈을 얻고 새로워진다면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휴대전화 시장이 스마트폰으로 재편되기 전까지 LG폰은 성공적이었다. ‘초콜릿폰’ 등 히트 상품을 꾸준히 내놨고, 세계 시장 점유율 3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장이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옮겨갈 때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기존 사업 구조를 고수했던 것이 치명적인 실수였다. 스마트폰 시장에 뒤늦게 진입하면서 경쟁에서 뒤처졌다. 선두 그룹을 따라잡기 위해 이런저런 혁신을 시도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프리미엄 제품은 애플과 삼성전자에, 중저가 제품은 중국 업체들에 밀렸다.
LG전자의 모바일 사업 철수는 한국 기업사에 남을 실패 사례다. LG폰이 사라짐에 따라 국내 소비자의 선택권이 제한되는 부정적인 상황도 생기게 됐다. 하지만 매년 적자만 내는 가망 없는 사업을 무작정 끌고 가다가는 훨씬 참혹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돈이 안 되는 사업을 빨리 접고 유망한 부분에 집중하기로 한 결정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LG그룹은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이 같은 선택과 집중 전략이 두드러진다. 구 회장은 최근 주주총회에서도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겠다”며 비핵심 사업 정비와 성장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강조했다. LG는 앞으로 전자·화학·통신 등 기존 주력 사업을 고도화하면서 배터리와 자동차 전장(전자장비), 인공지능(AI) 등 신사업을 더욱 키울 방침이다. 또 스마트폰 생산은 중단하지만 6세대 이동통신(6G) 등 미래 핵심 모바일 기술에 대한 연구 개발은 계속하기로 했다. 차세대 TV와 가전, 자동차 전장, 로봇 등에 첨단 모바일 기술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LG전자는 모바일 사업을 정리하면서 뒤처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사업 종료 이후에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등 사후 서비스를 예전처럼 지속해 기존 LG폰 사용자가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 3700명에 달하는 모바일 사업부 인력의 고용 유지와 함께 사업 종료에 따른 협력사의 손실을 보전하는 일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사설] 결국 모바일 사업 접은 LG… 실패 딛고 신사업 키우길
입력 2021-04-06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