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저가 아파트 값 급등에 지방과 격차 심화

입력 2021-04-06 04:05
서울 중저가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서울과 지방 아파트 가격 차이가 더 크게 벌어졌다. 사진은 서울 영등포구 63아트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모습. 뉴시스

현 정부 들어 전국 고가-저가 아파트 가격 격차가 크게 벌어진 반면 서울에서는 오히려 격차가 점점 줄고 있다. 서울 매매가격 3분위(상위 40~60%) 아파트 평균이 전국 1분위(상위 20%) 평균에 육박한 상황이다. 정부 부동산 규제 ‘풍선 효과’로 서울 중저가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서울 내 아파트 가격 격차는 줄어들고 지역 격차는 벌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5일 KB부동산 월간 주택가격 동향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5분위 배율(상위 20%의 가격을 하위 20% 가격으로 나눈 값)은 8.8을 기록했다. 매매가격 하위 20%인 1분위 아파트 평균 가격이 1억1599만원인데, 상위 20% 5분위 아파트 평균 가격이 8.8배인 10억1587만원을 기록했다는 뜻이다.

전국 아파트 5분위 배율은 이번 정부에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2013년 3월 이후로 4.0대에 머무르던 5분위 배율은 2017년 11월 처음으로 5.0을 기록했다. 이후 꾸준히 상승하더니 2018년 10월에는 6.0, 지난해 2월에는 7.1을 기록했다. 이어 지난해 9월에는 고작 한 달 만에 0.3 포인트가 올라 8.2로 역대 최대를 기록하더니, 이후에도 매달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반면 서울의 5분위 배율은 2018년 9월 5.0으로 정점에 도달한 후 꾸준히 내림세다. 특히 지난해 6월에는 이 수치가 4.5였는데, 이후 패닉바잉의 영향으로 서울 외곽 지역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불과 4개월 만에 0.3 포인트 떨어진 4.2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에는 4.0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4.2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5분위 배율에서 전국(8.8)과 서울(4.2)의 추세가 크게 엇갈리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과거 서울 5분위 배율이 3.9로 가장 낮았던 2013~2014년에는 전국 5분위 배율도 4.5~4.6으로 함께 바닥을 쳤다. 하지만 2018년 이후 저금리와 정부의 잇따른 규제 정책으로 서울 외곽과 경기도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자, 전국 집값 상승세가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차이가 벌어졌다.

분위별 평균가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차이가 선명해진다. 지난달 서울 1분위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5억458만원으로 역대 처음으로 5억원대를 넘었다. 전국에서 가장 비싼 5분위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10억1587만원)의 절반에 육박한 셈이다. 서울 3분위 아파트 가격 평균은 10억304만원으로 전국 5분위 아파트 평균 가격과 같은 수준이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