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에서 SSG 랜더스로 간판을 바꾼 ‘홈런 공장’이 재가동될까. SSG가 2021시즌 프로야구 KBO리그 첫 경기에서 나란히 터진 최정과 최주환의 멀티 홈런으로 3년 만에 홈런 공장 엔진의 시동을 걸었다. 이들과 더불어 미국 메이저리그 16년 경력의 베테랑 추신수, 외국인 강타자 제이미 로맥까지 무장한 상위타선은 SSG의 반란을 예고하고 있다.
SSG는 지난 주말 개막 2연전에서 10개 팀 중 가장 많은 4개의 홈런을 뽑아냈다. 중심타자인 4번 타자 최정과 5번 타자 최주환이 지난 4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롯데 자이언츠를 상대로 각각 2차례씩 대형 포물선을 그렸다. 이들이 8회말 연달아 외야 담장을 넘긴 백투백 홈런은 ‘타격쇼’의 클라이맥스였다.
롯데는 김정태와 정훈의 솔로포로 응수했지만, 최정·최주환의 ‘멀티 홈런’ 앞에선 빛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개막일인 3일 우천 취소 경기의 속출로 사실상 개막전처럼 펼쳐진 지난 4일 하루에만 11개의 홈런이 터졌는데, 그중 36%가 SSG의 중심타선 콤비 최정·최주환의 방망이에서 나왔다.
SSG 타선의 화력이 시작부터 검증된 셈이다. SSG는 올해 영입한 추신수·최주환을 기존 SK에서 물려받은 최정·로맥과 재조합해 새로운 상위타선을 구성했다. 이른바 ‘최·신·맥·주’(최정·추신수·로맥·최주환) 라인이다. 이들은 모두 한 시즌에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려낼 타격감을 가지고 있다. 상대 투수의 입장에서는 거를 수 없는 타선인 셈이다.
SSG로 넘어온 전신 SK의 선수단은 2017년 당시 프로야구 사상 단일 시즌 최다인 234개의 팀 홈런을 작성해 ‘홈런 공장’으로 불렸던 팀이다. 한국시리즈에서 마지막으로 우승한 2018년에는 전년도보다 1개가 부족한 팀 홈런 233개를 기록했다. 하지만 2019년부터 급격한 침체로 돌아서면서 홈런 수가 급감했다. KBO리그를 9위로 완주한 지난해 팀 홈런은 143개였다.
올해 상황은 달라졌다. 특히 SK 시절부터 간판타자로 활약해온 최정이 시즌 초반부터 맹타를 휘두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정은 페넌트레이스를 진행할수록 타격감이 살아나 ‘슬로스타터’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녔다. 지난해에는 초반 한때 1할대로 떨어진 타율을 뒤늦게 만회해 0.270으로 완주했다. SSG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올해 첫 타석부터 홈런을 쳐 2016~2017년에 마지막으로 차지했던 홈런왕 경쟁을 다시 시작했다.
두산의 ‘우승 DNA’를 이식하기 위해 영입한 최주환의 타격감 회복도 SSG에 희망을 안기는 요소다. 최주환은 시범경기 16타수 무안타의 부진을 KBO리그 시작과 함께 끊어냈다.
로맥과 추신수는 아직 안타를 개시하지 못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 리드오프로 활약하면서도 16년 합계 218홈런을 때려낸 추신수, 지난해까지 KBO리그에서 4시즌 통산 135홈런을 친 로맥은 투수에게 작지 않은 부담을 안긴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