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되는 건 접고 미래 먹거리 선점… 화끈한 구광모의 뉴LG

입력 2021-04-06 00:05
LG전자가 5일 스마트폰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서울 시내 한 LG전자 매장에 ‘LG 윙’ 등 LG전자 스마트폰이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LG전자가 5일 스마트폰 사업 철수를 결정한 건 구광모(사진) 회장 취임 이후 ‘달라진 LG’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LG는 구 회장이 취임한 2018년 이후 적극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서는 한편, 경쟁력과 성장성이 낮은 사업은 과감히 정리해 왔다.


LG전자 내부에선 스마트폰 사업 철수를 두고 끝까지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누적 적자가 5조원에 달한다고 하지만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등과 접점이 있는 스마트폰을 포기하는 건 LG전자의 미래에도 부정적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스마트폰에 투자하는 것보다 성장 가능성이 큰 사업에 돈을 쓰는 게 낫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본부 인력은 계열사 등으로 재배치하고, 베트남 공장 설비는 다른 용도로 전환할 계획이다. LG전자 MC사업본부장 이연모 부사장은 이날 직원 대상 사내 설명회에서 휴대전화 사업 종료에 대해 ‘미안하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율주행차 등 미래 먹거리에 대한 기회를 선점하는 쪽으로 사업을 정리하는 게 맞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구 회장이 직접 결정한 것은 아니지만, LG의 전반적인 기조를 바꾸는 역할은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LG는 구 회장 취임 이후 배터리,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자동차 전자장치(전장) 등을 주요 성장동력으로 육성 중이다. LG전자는 2018년 7월 산업용 로봇 기업 ‘로보스타’ 경영권을 인수했고, 같은 해 8월에는 오스트리아 차량용 조명회사 ZKW를 인수했다. 올 들어서는 미국 TV 광고·콘텐츠 데이터 분석기업 알폰소를 인수한 데 이어 캐나다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와 ‘LG마그나파워트레인’을 만들어 전기차 시장 대응에도 나섰다. LG화학은 미국 자동차 접착제 회사 유니실 인수, 듀폰 솔루블 OLED 기술 인수 등에 나섰다. LG생활건강은 일본 에바메루 인수, 미국 뉴에이본 인수, 피지오겔 지역 사업권 인수 등의 성과를 냈다.

반대로 사업을 매각하거나 정리한 경우도 있다. LG전자는 2019년 2월 연료전지 사업을 청산했고, 수처리 사업도 매각했다. LG디스플레이는 조명용 OLED 사업을 청산했고, LG화학은 LCD 편광판 사업을 매각했다. LG유플러스는 전자결제 사업을 매각했다.

LG 관계자는 “그동안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계열사별 사업역량 다지기에 집중해 왔다”면서 “앞으로 투자 확대와 M&A를 적극 추진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충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는 모바일 기술을 계속 개발해 자율주행차 시대를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6G 이동통신, 카메라, 소프트웨어 등 핵심 모바일 기술은 차세대 TV, 가전, 전장부품, 로봇 등에 필요한 역량이기 때문에 최고기술책임자(CTO) 부문 중심으로 연구개발을 지속한다고 밝혔다.

특히 LG전자는 2029년 상용화가 예상되는 6G 원천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한다. 이를 통해 자율주행은 물론 사람, 사물, 공간 등이 긴밀하고 유기적으로 연결된 만물지능인터넷(AIoE) 시대를 대비한다는 목표다. 또 신사업의 경우 사내벤처, 사내회사(CIC) 등 혁신적인 프로세스를 도입하고, 역량 확보를 위한 M&A, 전략적 협력 등도 적극 검토해 나갈 계획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